사람 구함 : 열 살에서 열두 살 사이의 어린 아이. 근육이 있고, 영리하며, 용기가 있어야하함. 야생 동물을 쫓고, 집과 쓰레기통 사이에 있는 듬뿍 자란 덤불을 깎을 수 있어야 함. 지원자는 접시 닦는 그릇과 부엌 싱크대 모퉁이에 집합하기 바람.
사람 구함 : 왕족을 위한 연회를 베푸는 식탁을 차리는데 도와줄 왕자나 공주를 구함.

하임 G 기너트 등 교육심리학 전문가들의 공저인 ‘부모와 아이사이’(양철북) 중 한 구절이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디셀러’로 사례를 들어 자상하게 ‘바른 대화법’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책에서 기너트 등은 부모가 아이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어주고,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감정에 대응하라고 주문한다. 아이들이 기꺼이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부모는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하고, 감정을 읽어주고, 긍정적 대안들을 생각해 내야한다. 부모 되기가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이 책에서 조언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제대로 대화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꼼꼼히 읽으며 어떻게 하면 잘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지만 쉽지 않을 것같다.

다른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작년과 재작년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로컬거버넌스’에 대한 기획기사와 토론회, 해외취재를 진행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 고양시청이나 여러 곳에서 로컬거버넌스에 대한 자료와 조언을 부탁받게 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는 로컬거버넌스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기획기사를 시작했다. 언제나 습관처럼 ‘민관 협력’, 거버넌스라는 용어를 쓰곤 했지만 기자 역시 제대로 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취재 내내 설익은 기사를 쓸게 될까봐 염려했다.

쇼파나 가구까지 강에 가져다버리는 말도 안되는 시민의식 덕분에 오염된 템즈강 살리기를 민간 시민단체에 맡긴 런던 데프라(우리의 환경농림부). 주민자치위원장, 군민들에게 주도권을 넘기고 “우리들은 강당 문열어주고, 회의 끝나면 불 끄는 일만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충북 옥천군 안남면의 공무원들.

기자는 ‘무식함’에서 오는 용감함으로 취재현장에서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 “협력이 잘 되더냐”는 질문을 재차 던져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가장 제대로 된 공부는 그렇게 현장에서 부딪히며 하게 된다.

IT업계 직장인이면서 미국 런던데리 의회의장을 맡고 있는(이곳에서는 의회의원을 일반 시민들이 맡아 퇴근 시간에 의회가 열린다) 폴 디마르코씨는 “참여하지 않고는 불평도 하지 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만큼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은 없고 시청 공무원들은 지역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없다. 지역에선 지역 주민 자체가 바로 지역을 이끄는 정치가”라는 이야기는 로체스터시의 시민 활동가에게서 들었다.

고양시와 비교해도 미국 로체스터시는 결코 잘 사는 도시가 아니다. 그러나 그곳의 시민들, 특히 시민지도자, 공무원들은 확실히 달랐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것은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이었다. 문제를 찾아내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기금을 모으는 일까지 모두 시민들이 해낼 수 있기까지 끊임없는 교육과 토론, 그를 위한 시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

내가 낳고, 기르는 아이와 대화를 하는 일에도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물며 남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이 행동하고, 기부까지 하게 만드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들이 모여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일은 더 어렵다. 결국 인내를 갖고 대화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노력, 그 역량을 길러내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

작년 고양시의회 본예산 심의과정에서는 주민자치 아카데미 등 주민역량 강화예산이 대부분 삭감됐다. 4월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이 될 모양이다. 이번에는 꼭 통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여와 자치가 지역을 살리는 소중한 가치가 분명하다면 변화를 위한 투자는 더 늦기 전에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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