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버지순찰대(Daddy Police) 소중한 경험
가로등 불빛이 어슴푸레한 후미진 골목에 학생 예닐곱 명이 모여 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도깨비불처럼 붉은 빛만이 간헐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언제나 늦은 밤이 되면 학원이 끝나고 쏟아져 나온 청소년들이 어둡고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흡연이나 음주를 한다.
8시반 쯤 마두지구대를 시작으로 강촌공원, 낙민공원, 올리브상가 주변을 돌아 다시 마두지구대를 돌아오면 11시 반이 된다. 이 시간 동안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느라 여념이 없다. 음주 후 소란은 기본이고, 패싸움도 하고, 만취되어 추운 길거리에서 웅크리고 자기도 한다. 밤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현재 경찰의 인력으로 청소년들이 야간 활동하는 시간에 순찰을 도는 것은 역부족이다, 아버지 순찰대의 활동은 부족한 공공기관의 일손을 돕는다는 취지도 있지만 청소년 세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자녀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아버지나 어른으로서의 권위보다는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버지순찰대 활동을 하면서 우범지역을 돌고, 범죄 취약 환경을 해당기관에 알려 가로등을 설치하니 안전한 곳이 되었다. 그 곳을 지날 때마다 아버지순찰대의 일에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취약한 곳은 경찰이 관심을 갖고 순찰을 하도록 건의했다.
한번은 생일을 맞은 남녀 학생 십여 명이 술을 마시고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놀란 주민들이 나왔으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버지순찰대가 다가가 폭죽의 일부만 같이 터트리고 남도 배려하는 마음을 설명하니 죄송하다며 순순히 따라주었다.
순찰을 할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시에 잘 따르지만 대드는 학생도 있고, 피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1년간 활동을 하다 보니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도 있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도 생겨났다. 봉사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안겨준 점에서 아버지순찰대 활동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더 많은 학교에서 아버지순찰대가 조직되어 우리 청소년들을 부모된 심정으로 보호하고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소년들이 흘리는 보이지 않는 눈물, 그들에게도 크고 작은 고민이 있고, 위기가 있을 텐데 그때 완충작용이나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는 안전망이 우리 사회에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합하여 청소년들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장치가 좀더 많았으면 한다. 아버지순찰대에 사명감을 갖고 오늘도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최승안 Daddy Police 대장(정발중 2학년 최진헌 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