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기구를 만든다. 결국 그런 목적의 기구들을 통해 주민참여의 순수성이 지속될 수 있겠는가.” “대의민주의의 제도 내에서 주민들에 의해 선출된 우리 30명 시의원들이 기본인데 어떻게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주민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것인가.”

20일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주민자치조례’안건이 논의됐다. 소영환 의원이 발의한 이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의원들의 지적과 질문이 이어졌다. 안건은 반대 4, 찬성 4로 결국 부결됐다. 안건을 반대하는 시의원들은 주민자치조례가 ‘시의회의 위상을 침해하고’, ‘안건 발의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점을 집중 질의했다.

작년 지방선거 이후 야권연대를 통해 당선된 최성 시장이 공약에서부터 이야기했던 ‘공동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나라당을 배제하고 선거를 함께 했던 이들로 구성하겠다는 것 아니냐. 실제 28번이나 근거없이 회의를 진행한 시정공동운영위원회에서 시정 전반을 논의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상임위 회의이후 한 한나라당 의원은 주민자치조례를 통과시킬 수 없는 속내를 전해주었다. 덕분에 같은 의원이 발의한 안건임에도 당일 회의장에서 소영환 의원은 ‘순수성’을 의심하는 동료의원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았다. “조례를 발의할 때는 냉철할 정도의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한다”는 한 의원은 시정공동운영위원회와의 ‘사전소통 가능성’까지 집중 추궁했다.

실제 조례안에 담긴 내용은 따져보면 별게 아니지만(이미 수차례 조정 과정을 거쳐 주민자치조례는 명칭부터 초기 제안 안에서 많이 수정되어있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입장이 첨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맞다.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의 주장도 그동안의 여러 정황들을 고려하면 이해할만한 부분이 있다. 집중 공격을 받아내느라 연신 안경을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며 ‘주민자치의 필요성’과 ‘조례의 순수성’을 설명한 소영환 의원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정작 조례의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씁쓸함이 남는 부분은 시의회의 위상과 대표성의 침해 주장이다. 대의민주주의제도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가 바로 시의원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시민들이 권한을 투표를 통해 대표자에게 일임하지만 그들은 주권자들인 시민들에게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어야하는 한다는 점이다. 그 신뢰가 깨질 경우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주민소환제, 참여예산제, 주민자치조례 등 직접 민주주의의 요소들을 많은 지자체가 반영하고, 정부차원에서 이를 권유하는 이유도 바로 이 점이다.

27일 선거를 하게 되는 바선거구가 전 의원의 불법 후원금으로 인한 당선 무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의외로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당선무효’, 결국 당선이 된 적이 없으니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해당 의원에 대해 선거보전금 34000여만원을 회수했다. 25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고양시의회가 2600만원에 달하는 1년여 동안의 의정비까지 회수해야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뿐일까. 재선거에 소요되는 경비 약 5억여만원은 누가 물어야하는 돈인지. 경제적인 가치를 넘어 당시 투표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노고와 실망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동료의원의 조례안 발의에 대해 ‘순수성’과 ‘적법성’을 지적했던 의원은 최근 6개월여 동안 의회에서 결석이 잦았다. 18일부터 열린 이번 회기 기간 역시 빈 자리를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회의가 있었던 20일에도 해당 의원은 오후 2시가 넘어 회의에 참석해 “죄송합니다. 지역구 행사가 있어서”라며 오전의 공백을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6대 시의회는 어느 때보다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선출됐고, 전문성에 기반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점심시간을 한참 넘겨 회의를 진행하고, 새벽 회의도 마다않는 적극적인 의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시민들의 기대치는 의회, 정치의 발전보다 더 앞서 저만치 나가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축이 되고자 하는 지역신문 종사자로서 고양시의회의 위상과 대표성이 하늘만큼 높고 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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