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건강하다는 아이는 죽고”…병원 “뇌손상 치유된 것”

일산서구의 A종합병원에서 쌍둥이를 출산한 부모가 퇴원 후 한 아이의 죽음을 두고 병원 측의 과실과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4일, 덕양구 행신동의 이모(41세·여)씨는 A병원에서 임신 8개월만에 쌍둥이 여아를 출산했다. 이 씨는 “출산 직후 첫째아이는 인큐베이터로 들어가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고 병원 측에서 몇 번이고 아이의 위독함을 주지시켰다. 반면 둘째아이는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병원 측은 첫째아이에 대해 뇌 손상(백질연화증)으로 인한 뇌성마비 증상이 올 수 있음을 알려왔다.

그러나 퇴원 후 2개월 가량이 지난 11월 20일, 건강하다던 둘째아이가 집에서 돌연 사망했다. 아이의 유품을 정리하던 이 씨 부부는 병원에서 제공한 아기 수첩과 실제 아이 사진이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즉시 간호사 출신의 친척 집에 맡겨 있는 첫째아이의 뇌 초음파 사진을 찍어 본 결과 A병원 측에서 진단 받은 뇌 손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외에도 이 씨 부부는 의료 기록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시했다. 상태가 좋다던 둘째아이가 첫째아이보다도 많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이씨 부부가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찾아 본 의료기록을 통해 발견한 것이다. 그 외에도 입원 당시 둘째아이에게 이 씨 부부가 알지 못했던 폐혈증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의무기록 사본 13일치가 누락되어 있는 점, 곳곳에 수정의 흔적이 남아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 씨 부부는 “병원 측에서 첫째와 둘째를 뒤바뀌어 치료하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의무기록은 환자에게 변화가 있거나 그로 인한 조치가 이뤄질 때 기록하는 것”이라며 “모든 날짜가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또한 첫째아이의 사라진 뇌 손상에 대해서도 “드물지만 치유될 수 있는 것”이라며 병원 측의 과실에 대해서 완강히 부인하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판결이 난 후에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일 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아이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로 병원과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 씨는 “처음에는 의사도 사람이고 실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과만이라도 받고 싶었다”라며 “하지만 과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병원 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108일 만에 세상을 떠난 이 씨 부부의 둘째아이는 아직까지 고양시의 또다른 종합병원의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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