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공무원 밴드 동아리 ‘하이라이트’를 만나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처럼 거창한 시련이, 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저 음악이 좋아 밤 늦은 시간까지 지하 스튜디오에서 소리를 맞추는 직장인들이 있다. 고양시청에서 고양시 공무원 7명이 모인 밴드동아리 ‘하이라이트’. 마두1동 주민센터의 김석재씨(베이스·41세), 덕양구청 행정지원과 안문재 계장(드럼·47세), 환경녹지과 강은비씨(보컬, 키보드·29세), 행정지원과 신태성씨(세컨드기타·39세), 일산동구 건설과 유병현씨(보컬·31세), 환경녹지과 김기찬씨(보컬·40세), 고양시청 문화예술과 이승호씨(리드기타·40세)가 바로 그들이다.

첫 시작은 그저 마음 맞는 사람끼리 음악 세계를 공유해보자는 생각으로 모인 작은 동아리였다. 하지만 2008년 결성해 3년째에 접어드는 지금은 어느새 각자의 파트를 맡아 1주일에 한번씩 업무를 마고 오후 8시부터 2시간씩의 연습을 엄수하는 어엿한 밴드이다.

“음악이 좋아 모였고 서로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다보니 합주를 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밴드라고까지 불리게 됐네요.” 아직까지도 하이라이트 멤버들은 음악연주동아리로 시작한 것으로 밴드 결성까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한다.

전원이 공무원이라 연습시간을 수월하게 맞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반대로 모두 같은 직장에 있다보니 서로에 대해 신비주의를 갖기 힘든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일반 밴드는 음악적 성향이 마음이 안 맞으면 쉽게 빠져나가 오래가기가 힘들다고들 하는데, 저희는 오히려 한번 발을 들이면 함부로 빼지 못해요. 무서운 조직이죠.”

밴드 동아리의 활동은 시청내 다른 동아리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밴드라는 특성상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이뤄내고 만인 앞에서 보여진다는 것 자체로도 빛을 발한다. 

대중 앞의 무대. 지난 21일 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공연장에서는 고양시 공무원 밴드 동아리 ‘하이라이트’를 비롯해 고양시의 4개의 직장인 밴드 동아리가 함께하는 2011년 제1회 고양시 직장인밴드 페스티벌이 열렸다. 드럼을 맡은 안문재 계장의 진두지휘 아래 하나부터 열까지 하이라이트 팀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준비해온 축제다. 함께 참가한 직장인 밴드들의 호응도 좋았고, 아람누리 시설을 맡고 있는 문화재단 측에서도 일반시민이 자력으로 준비하는 행사란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도와줘 많은 힘이 됐고 한다.

이제 3년차 밴드 동아리로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가는 하이라이트 팀은 음악성을 추구하는 밴드라기보다는 그저 음악이 좋고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지난 직장인 밴드 페스티벌에서 트로트 ‘무조건’부터 락 그룹 메탈리카의 ‘엔터샌드맨’까지 선보인 것처럼 “무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도, 아이도, 청소년, 청년들도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곡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한다.

이들이 관중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다지게 된 데에는 정신지체 장애인 생활시설 애덕의 집에서의 공연 경험이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애덕의 집에 계시는 분들을 즐겁게 하고자 갔지만 사실 저희가 많은 위안을 받았어요. 일반 가수들이 관객의 호응에 따라 자신의 역량을 120%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을 거기서 체감했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하이라이트 팀원들은 자신의 활동 목표를 ‘나눔과 봉사’로 잡았다. 세컨드 기타 신태성씨는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기뻐했던 경험을 떠올려 고양시의 크고 작은 많은 시설을 찾아가 공유하고 싶어요. 매주 회비를 모아 유료합주실을 빌려 연습하고 있지만 지금의 멤버들과 얼마든지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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