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초등학교 ‘영어축제’…병원 비행기 등 꾸며 `일대일 대화'

“I have a fever.”(열이 나요.)
“Your temperature is high. Let me check your chest, eyes and throat.”(체온이 높구나. 가슴, 눈, 목을 검사해보자.)” 환자의 몸에 청진기를 대던 의사는 “You catch a cold. I’ll prescribe some medicine for it”(감기에 걸렸구나. 약을 처방해 줄게.)이라고 대답하며 초콜릿이나 사탕이 든 약봉지를 준다.
양일초등학교 영어체험한마당 런던룸에서 이뤄지는 영어로 된 대화다. 아이들은 의사선생님의 진찰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의사의 진찰이 시작되면 열이 난다며 영어로 말하는 것. 1학년 학생들은 쑥스러운 모습으로 몸을 비틀거나 대답을 까먹기도 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3학년 학생들은 제법 영어로 자신의 증상을 똑똑하게 대답했다.
식사동 위시티 단지 내 위치한 양일초등학교에서는 지난 22일(화) “2011 Enjoy YES Fair”(양일 영어축제)를 개최했다. 개교한 지 1년도 안 된 초등학교인데도 영어교육에 대한 열의가 뜨겁다.
원어민 교사를 포함해 7명의 영어교사와 30명의 학부모영어지원단이 전교생과 함께 한 달이 넘도록 준비해 마련한 영어축제는 오전 9시 영어체험한마당과 영어놀이교실을 시작으로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홍향화 교장은 ”영어축제를 통해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축제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영어체험한마당의 공항체험이 열리는 파리룸에는 실제로 대한항공 승무원인 김영주씨가 꼬마승객들에게 직접 음료를 나눠주는 등 승무원 역할을 자청했다. 김영주씨는 꼬마승객들에게 비행기 이륙과 관련된 안전동영상을 보여주며 영어로 안내방송을 해주기도 했다. 아산병원에서 일하는 남편 이정혁씨도 휴가를 내 의사역할을 하고 있다.
영어콩트대회가 열리는 6학년 반에는 각자의 장기를 영어로 소개하기도 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미난 콩트를 발표했다. 개그콘서트의 굿모닝 한글 코너를 패러디해서 나온 6학년3반 이현용·이기명·강동화·이승현 학생은 “Sam your good”(삼육구), “More buy it mom”(뭘봐 임마), “Mom, me”(뭥 미)라는 코미디를 준비해 반 전체의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 중 한 명인 이현용군은 “2주 넘게 집이나 놀이터를 오가며 아이디어를 내고 연습했는데 반 친구들이 재미있어 해주니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기뻐했다.
영어말하기대회가 열리는 다른 반에서는 각자가 준비한 영어스크립트를 발표했다. 심사위원 두 명이 유창성, 내용, 태도, 제스처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6학년2반 서은지 학생이 ‘우유의 단점’이란 주제로 발표하는 중이었고 학생들은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경청하고 있었다.
교내 통학로에는 개구리 왕눈이, 피노키오, 어린 왕자, 신데렐라, 피터팬, 오즈의 마법사 같은 영어동화 속 주인공들이 전시돼 있다. 벽에 주렁주렁 매달린 조롱박에는 학생들이 영어동화를 읽고 직접 뽑은 황금 문장을 새겨넣었다. 2학년 꼬마들은 어린 왕자 영어 동화책에서 “I miss my rose”(난 내 장미가 그리워), “Drow me a sheep”(나에게 양을 그려줘), “Our heart can see the most important”(우리의 마음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 수 있어요), “We are getting closer”(우리는 점점 친해질 거야)와 같은 황금 문장을 찾아 조롱박에 장식했다.
이미 영어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서부터 학생들은 영어를 접하고 생각하고 공부해 온 것이다.
이 밖에도 저학년은 영어동화 구연, 영어독후화 그리기, 영어동요 부르기를 고학년은 영어독후감 쓰기, 팝송 부르기, 영어단어 골든벨 행사를 가졌다. 오후 1시부터는 영어인형극 전문극단인 ‘조이아이’의 <별이 된 엄마와 오누이> 인형극이 펼쳐졌고 레크리에이션 인형극체험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같이 다채로운 축제가 된 데는 어머니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한몫했다. 30명의 영어지원단 어머니들이 당일 행사를 도왔으며 황금문장 꾸미기는 15명의 어머니 작품제작지원단이 도왔다. 축제 이후에는 10명의 영어도서 도우미 어머니들이 책을 빌려주거나 반납하는 업무를 도와줄 예정이다. 양일초등은 고양국제고등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이뤄지는 학교이기도 하다. 영어실력이 우수한 28명의 국제고 학생들이 2주마다 방문해 멘토링을 하고 있다.
홍계숙 영어부장은 “고양국제고등학교가 옆에 있어 학부모들의 영어에 관심이 무척 높아 자연스레 영어교육에 집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수업시간에는 교과서를 통해 공교육 영어를 한다. 하지만 방과후나 점심시간에는 5층 ‘양일랜드’에서 원어민교사가 학생들과 게임, 스토리텔링을 가르쳐 사교육에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고 홍 부장은 전했다.
홍 부장은 이어 “건설업체들이 식사지구에 주민을 유치하기 위해 올해 3월 양일초등에 지원금을 전달했다”며 “이 지원금으로 시청각에 필요한 자료나 도서를 지속적으로 들여오고 있는 중이어서 차츰 영어중점학교로서의 면모를 갖춰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