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음악회’ 올해 30회 공연…트로트에 막춤까지

점잖게 차려입은 단원들이 갑자기 귀에 익은 트로트를 합창한다. 트로트에 맞춰 막춤을 추자 빼곡이 들어찬 수백명의 주민들이 환호성을 터트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마추어 록밴드나 풍물패가 동원되기도 한다. 심지어 탭댄스, 우슈(중국 전통무술)도 공연된다. 이것이 바로 고양시의 대표적 시립예술단체인 고양시립합창단의 면모다.
고양시립합창단의‘찾아가는 음악회’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고양시립합창단은 전국에서 아마 유일하게 주민들을 찾아가서 연주한다. 클래식을 연주하는 여느 시립합창단과 다르게 주민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입장료를 지불한 클래식애호가를 대상으로 콘서트홀에서 클래식을 연주하기보다 동네를 직접 찾아가 확 트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연주하며 호응을 이끌어낸다.
지금까지 고양시립합창단은 초정연주회와 정기연주회까지 합쳐 47회를 연주했다. 이 중에서 30회 공연은 찾아가는 음악회였다. 1주일에 거의 1회 이상은 공연했고 1주일에 3회를 공연한 적도 있다. 올해 4월 관산동에서 시작한 찾아가는 음악회는 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을 찾았다. 북한산의 봉우리가 고양시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북한산의 하창마을이라는 곳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어디를 찾아가든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클래식만 고집하지 않고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반응이 저희들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습니다. 그만큼 문화적으로 소외된 동네에서는 문화적 갈증이 컸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고양시립합창단 조요섭 단무장의 말이다. 가곡, 뮤지컬 주제가 등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합창음악을 연주하다가도 귀에 익은 유행가와 팝송을 부르는 이들의 공연은 철저한 기획과 연습의 산물이다. 온화한 성품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단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기선 지휘자의 지휘 아래 발성법 하나, 안무 동작 하나까지 철저한 훈련으로 다져진 것이다.
2003년 11월에 창단된 고양시립합창단은 현재 소프라노 13명, 알토 11명, 테너 10명, 베이스 10명 등 총 44명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규공연을 제외하고 고양시립합창단이 진행하는 공연은 크게 사랑나눔음악회, 축하음악회, 주민과 소통하는 마을 음악회 등 3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사랑나눔음악회는 병원, 복지관 등 소외계층을 찾아가서 연주하는 음악회이고, 축하음악회는 5월의 열렸던 한국고양꽃전시회 같이 고양시의 큰 행사와 관련해 펼치는 음악회이다. 또한 소통하는 마을 음악회는 이른바‘찾아가는 음악회’로 불려지며 문화적으로 소외된 마을이나 초등학교, 공원을 찾아가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음악회다.
고양시립합창단은 현재 국내를 넘어 미국순회공연을 가지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처음으로 미국 LA 오렌지카운티 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연주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고양시립합창단은 포크 송과 우리가곡을 포함 약 90분 동안 공연했는데 특히, 향수 어린 우리 가곡을 연주할 때는 시립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겹쳐 간간히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고 전한다.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와 함께 계속하여 앙코르를 요청해 공연장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고 전한다. 이번 미국순회연주회는 오는 10월에 있을 제92회 전국체육대회의 주 개최지로서의 고양시를 알리고 국제 특산품 페스티벌, 고양호수예술축제, 행주문화제 등 신 한류도시로 도약하는 고양시를 홍보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고양시립합창단은 오는 8월에 전국 피서지를 투어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전국 피서지를 돌며 10월 전국체전 개·페회식이 고양시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8월 피서철 기간동안 ‘라이브머신’이라는 무대차를 이용해 투어를 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