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지볍씨 발굴․밤가시초가 보존․송강 시비 건립 등 업적 남겨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1년 6월‘향토문화를 보존하고 사장된 문화를 발굴 재현하여 후손대대로 물려주는 사업을 전개한다’는 목적 하에 고양신문사 부설 ‘고양시향토문화연구소’가 설립되었다. 설립 당시 고양시향토문화연구소는 정후수 현 한성대 교수를 초대연구소장으로 정동일 연구원을 상임연구원으로 두는 등 다분히 연구집단의 성격을 띠었다.
이렇게 고양시향토문화연구소는 지금의‘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의 전신이 되었다. 이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가 지난 6월 20주기를 맞았다. 고양문화원장을 역임한 후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의 설립을 주도한 이은만(70)전 회장은 설립당시를 회상하며“고양문화원의 역할과 중복될 수 있지만 고양시의 향토문화제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전담기구가 고양시에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당시 고양시향토문화연구소 출범시켰다”고 말했다.
고양시 향토문화보존회는 지금까지‘향토문화 발굴 및 보존’이라는 목적에 충실해 숱한 결실을 가져왔다. 그 결실 중에서도 일산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실시된 지표조사에 참가해 5000년 전의 가와지 볍씨 출토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정발산동의 밤가시초가가 경기도민속자료 문화재로 지정되는데 크게 기여한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비교적 최근의 결실로는 서삼능역의 의친황 묘역을 2009년 사적으로 재지정 고시하고, 재건축으로 고유한 가치가 묻힐 뻔했던 영사정을 세상에 드러내게 하는 데도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영사정은 숙종의 장인인 경은부원군 김주신의 뜻에 따라 부친 김일진을 위해 제를 올리기 위해 지어졌던 곳이다.
이 뿐만 아니다. 3기의 송강 정철시비 건립과 송강문학관 개관을 주도했으며 자랑스런 고양인으로 선정된 조선초기의 학자 추강 남효온 선생의 시비를 건립하는 등 선현들의 숭모사업에도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는 온 힘을 쏟았다.

국사편찬위원회와 공동으로 행주대첩 400주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송강가사집을 국역으로 출간했으며, 고양팔현 문봉서원을 발간하는 등 학술자료를 수집해 이를 정리해 출판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의 업적이다.
2000년부터 기획실장을 맡다가 이은만 회장의 뒤를 이어 2009년부터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장을 역임하는 안재성(51) 회장은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업적이 쌓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향후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로 ‘문봉서원 복원’을 첫손에 꼽았다. 문봉서원은 추강 남효온, 사제 김정국, 복제 기준, 추만 정지운, 행촌 민순, 모당 홍리상, 석탄 이신의, 만해 이유겸 등 이른바 ‘고양 팔현’이라 불리는 고양에서 활동하던 학식과 성품이 뛰어난 조선의 여덟 선비를 배향한 서원인데 조선후기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 정책에 따라 폐철되었다. 안재성 회장은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의 문봉서원 복원추진 위원회에서는 복원의 타당성을 많은 시민에게 알리고 있으며 매년 11월 11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고양팔현 추향제를 봉행하고 있지만 완전한 복원을 위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가 들어서고 외지에서 유입된 시민들이 많다보니 고양의 전통문화에 대한 홍보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이은만 전 회장은 “도시화가 되는 만큼 옛것에 대한 가치가 중요시되고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애향심이나 주체성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우 기자
woo@mygo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