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변화따른 전략전 선택, 인성·적성 중요성 재인식

“고양에는 명문중은 있지만 명문고는 없다”
안타깝게도 고양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말이다.

지난해 3월 고양국제고 기공식 자리에서 강현석 전 시장은 “매년 우수한 고양시 학생 1200~1300여 명이 다른 지역의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로 진학하는 아픔을 겪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고양시 일반고등학교는 2002년 평준화 도입 이후 지역 학생들에게 외면받아왔다. 첫 해인 2002년에는 고양외고 혹은 다른 지역의 특목고로 지원하거나 아예 전학을 가버려 지역 내 일반고 지원자 수가 200명 가량 미달하는 이변이 생기기도 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준화 도입 이후 전국적으로 ‘이름있는 학교’를 찾던 학생들로 인해 그 대안으로 특목고를 선택하는 열풍이 일었고 고양시는 타지 특목고에 다수의 학생들이 입학하는 지역이라는 명예롭지 않은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특목고는 본래 1973년 고교평준화제도 도입 논의와 함께 등장했다. 초기에는 예술, 체육, 철도, 해양 등 특수한 교육을 위한 고등학교에게는 별도의 학교 선발 방식을 인정하는 보완책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해를 갈 수록 ‘특목고’로 지칭되는 고등학교의 범위가 넓어지고 1992년 외국어고등학교가 어학영재 육성이라는 명분 하에 그 대열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이후 특목고는 외고를 필두로 다수의 학생들을 명문 대학에 진학시켰다. 당초 목적에서 변질돼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명문대의 입성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재정적 무리를 해서라도 보내고 싶은 고등학교로 그 위상을 높여갔다.

하지만 2010년 이변은 다시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9일 마감된 신입생 선발시험 원서 접수 마감결과 경기지역 9개 외국어고의 경쟁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 김포외고의 경우 15.9에서 2.5, 용인외고의 경우 7.6에서 2.9로 이전 해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양외고은 2009년 4.88의 경쟁률이 3.44로 하락했으며 일부 전형은 미달되기까지 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서 대학 입시제도의 변화 속에서 내신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과 원서 접수를 앞두고 불거진 외고폐지 논란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추측됐다.

고양시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재홍 원장은 “기존에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특목고에 보내면 자녀들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하는 기대에 특목고를 보냈다”며 “하지만 내신만을 보는 지역균형에는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세계선도전형이나 글로벌리더전형 등의 어학중심전형에서 텝스, 토익 점수를 적용받지 못하게 되는 등 입시제도 상에서의 불리한 부분들이 드러나면서 특목고 진학을 제고하는 학부모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의 특목고들이 명문대 진학률이나 정보, 학생들 수준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목고 학부모이자 지난 해 중학교 3학년을 담당한 저현고등학교 권천숙 교감은 “특목고는 모든 교육과정 자체가 수능 문제풀이에 맞춰져있다. 교과서는 이미 다 하고 왔다는 전제하에서 3년동안 방과 후 수업까지 문제풀이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그 밖에 다른 프로그램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수능 1, 2등급으로 정시에 경쟁력을 두는 것인데 최근 수시나 입학사정관제의 전형 비율이 68%까지 넘어오게 되면서 학부모들이 일반고에서 경험을 쌓고 다양한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대입보다 미래를 위해 학교를 선호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특목고가 특정 분야에 소질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창의성을 개발한다는 목적을 충실히 실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으면서 학부모들의 특목고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2009년 12월 한국교육사회학회 학술지 ‘교육사회학연구’에 게재된 ‘출신 고등학교 유형에 따른 대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비교연구:특목고의 영향을 중심으로’를 살펴보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의 서울의 한 종합대 입학생 자료 분석 결과 특목고 출신이 대학 초기에는 일반고 출신 학생에 비해 성적이 높게 나타내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그 변수의 영향력은 사라진다고 기술하고 있다. 자연계열로 진학한 과학고 학생과 인문사회계열로 진학한 외고 학생들 역시 특목고가 학점에 주는 영향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도 새로운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각종 설명회와 언론 매체를 통해 특목고의 중요성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특목고에 보낼 것이냐, 일반고에 보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는 중3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특목고나 일반고 어느 하나가 명확한 답이 될 수는 없다”라며 “확실한 것은 자녀의 성향이나 목표지향성 등이 중요하다”라는 충고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최창의 경기도교육의원은 “특목고 출신의 이점이 어느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목고에 진학하는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목고의 성공사례들만이 회자됐던 예전과 달리 그 이면에 가려진, 과도한 경쟁 속에서 좌절하고 탈락한 아이들과 스스로 염증을 느껴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의 현실이 드러나면서 무조건 특목고를 선택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경쟁보다 협력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고양시에서도 충실한 교육을 통해 특목고 학생들보다 중학교 성적이 낮았던 일반고 학생들 가운데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아가는 모습들이 보이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고교교육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의 의원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일반고와 학부모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교는 맹목적인 입시교육만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 동아리 활동, 예체능, 독서 교육 등 학교의 개성을 가질 수 있는 특성화 교육을 이뤄나가면서 학부모,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또한 학부모는 대학을 많이 보내느냐를 보고 선택하는 과거방식에서 탈피해 어느 학교가 훌륭한 인성교육을 하고 아이들이 공동체를 이루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가가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보윤 기자

 

“공부 안하게 될까 걱정에…” 3명 자녀 특목고 보낸 박미영씨

 

“내신이 강화되는 추세에다 언론의 특목고 때리기 추세에 요즘 진학을 앞 둔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엄마들은 일반고와 특목고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학교에서는 특목고를 몇 명 보냈다는 실적을 중시하기 때문에 선생님과 진학상담을 할 수도 없다. 각자가 알아서 결정 해야한다”

4명의 자녀 가운데 3명을 특목고에 보낸 박미영(마두2동, 47세)씨의 말이다. 박씨는 그럼에도 특목고를 선택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일반고를 보낼 때 아이가 분위기에 휩쓸려 공부를 등한시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컸기 때문에 특목고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특목고와 일반고의 기로에 서있는 학부모들은 특목고의 장점으로 면학 분위기를 꼽는다.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인 특목고가 일반고에 비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게 중론이다. 박씨는 “엄마들도 타지역 고등학교로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하겠느냐. 과거의 백석고 정도의 학교가 비평준화로 남아있었다면 굳이 나갈 필요가 없다”며 고교 비평준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매년 바뀌는 대입전형에 대해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해마다 전형이 바뀌는 상황에서 학생 부모 학교 모두가 힘들다. 차라리 그 옛날 학력고사처럼 명확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엄마의 책임처럼 되어 있어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정현주 시민기자

 

“확고한 진로 설정이 핵심”  일반고에서 명문대 보낸 김미선씨

 

3년 전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준비하던 예고에서 떨어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역에서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은 학교에 배정받으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당시 “그래도 내신은 잘나오지 않겠냐”며 아이를 달래야 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했나. 3년이 지난 지금 아이를 당당히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교에 진학시킨 김미선(마두동, 48)씨는 활짝 웃는다. 김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어온 아이지만 미술이라는 분야에 아이를 선뜻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아 반대도 했다. 하지만 “나는 미술만 하면 밤을 새도 좋고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아이의 한마디와 함께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아이의 선택을 응원하게 됐다.

김씨는 “그렇게 명확하게 진로를 잡고 나니 아이의 성적이 더 올랐다. 미술을 하고 있으면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아이에 비해 시간이 반밖에 없으니까 더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강조하는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스스로 해왔던 아이여서 그런지 누구의 도움 없이 생소한 대학공부나 레포트를 잘 해결해 가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학교에서 강조했던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정현주 시민기자

 

특목고 가고 남은 아이들 일반고 가는 현실

특목고 가고 남은 아이들 일반고 가는 현실  최창의 교육의원

 

매년 우수 중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학부모들은 보낼 학교가 없다고 아우성치는 고양시의 현재. 최창의 교육의원은 “특목고 유치는 해법이 될 수 없다.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야 말로 고양 교육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답”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왜곡돼 있는 우리나라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는 입시경쟁교육이다. 지금까지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해봤지만 입시교육과 맞물리면서 그 목표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외국어고등학교를 필두로 하는 특목고이다.”

최창의 의원은 고교평준화가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고양시 일부 학부모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로 특목고를 꼽는다. “교육선진국이라 알려져 있고 세계학업성취도평가에서 1위를 하고 있는 핀란드와 덴마크에서는 학생, 학교간의 석차, 서열경쟁이 없다. 부족한 아이와 잘하는 아이가 그룹을 지어 가르쳐주며 도움을 주는 협동할 수 있는 교육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목고에서 잘하는 아이들을 먼저 선발해 가고, 남은 아이들이 일반고에 들어가버리 때문에 그 장점이 가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최 의원은 “고등학교가 단순히 대학만 많이 보내는 것. 대학 숫자만으로 고교 선택을 하는 과거 방식을 탈피해야한다. 일반고등학교들이 교과부의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이자 교육의 궁극적목표로 하고 있는 창의 인성교육을 충실히 이끌어간다면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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