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개입 해결사노릇으로 수지맞춰

“대체 100만원 받아서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인가”
지난해 시의회 모 의원은 구청에서 발주하는 관급공사 여러 건을 수의계약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일반 업체가 한해에 한 건의 관급공사를 따내기도 어려운데 이 업체는 2000년에만 8건의 관급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권과 관련된 민원이 있을 경우 행정기관을 가느니 의원과 상담을 통해 해결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일부 의원 사무실에는 인허가와 관련해 민원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굵직굵직한 이권개입이 많은 모 상임위에는 이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의원들이 몰려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양시의회 A의원은 “일부 의원들은 의원직을 자신의 이권개입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고 전했다. A의원은 지난 4년의 의정활동을 돌아보며 3대 시의회를 공무원들이 부탁하는 예산은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꽃박람회, 준농림지, 러브호텔 매입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집행부에 끌려다니며 시민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것.

동료 의원들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다.
“의원들 중에는 회의자료도 검토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한다”며 “일부 의원은 예산서도 볼 줄 모른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원들이 지나치게 지역구에만 신경을 쓰는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한다. 많은 의원들이 예산안을 심사할 때 지역구에 관련된 것만 본다. 소선거구제는 자치단체 전체의 유능한 인재를 선출하기 보다는 선거구에서 사업기반을 가지는 등 선거구에 연고가 있는 선거구 단위의 비교적 좁은 지역유지의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해 왔다.

A의원은 “시의원 대부분이 건설업, 금융업, 농업 등 자영업 위주로 구성돼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렇게 선출된 의원들은 자기의 선거지역구(동)를 우선으로 의정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고양시의 다른 지역의 문제나 러브호텔 같은 전체 안건에 대해서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을 돌아보면 의원들간에도 선거구 중심의 지역이기주의가 존재했다. 의회 안에서도 편가르기가 생긴 이유다.”

지방자치단체가 고도로 분화된 사회로 가면서 무보수 명예직으로는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A 의원은 지금처럼 자기의 생업을 영위하면서 남은 시간을 이용해 봉사활동 차원에서 의정활동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이는 돈 많은 지역 유지, 기업인들이나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오히려 지방의원들의 부정부패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많은 기초의회 출마자들이 ‘주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월 100만원의 보수를 받기 위해 많은 후보자들이 선거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A의원은 “정치적 신념과 주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이권이나 쫓는 의원으로 남을 것”이라며 “이런 행동이 적은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한 면죄부는 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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