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초 등 고양-구마모토 축구교류 행사


문촌마을 오마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초등학생들의 축구 경기가 한창이다.

초록색 잔디구장을 달리는 아이들은 축구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제법 선수다운 모습이다. 주변엔 응원나온 어머니 10여명과 축구관계자들이 패스 미스가 나면 탄식을 쏟아내고, 프리킥이 나오면 눈빛을 반짝인다. 하지만 어느팀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는 아닌 것 같다. 간간이 일본어가 들려온다. 경기도 대회에서 준우승을 할 정도로 실력이 짱짱하다는 오마초등학교 축구부와 일본 구마모토 축구부는 지난 19일 오전 친선경기를 가졌다. 일본의 구마모토 축구협회와 고양시 축구협회가 벌이는 연례 유소년 축구교류 행사다. 해마다 일본과 한국을 번갈아 오간다.

2006년 당시 재일동포로 일본어에 능통한 고양축구협회 국제부 전진영 이사는 구마모토축구협회 기타오까 전무와 자주 전화통화도 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그러던 중 친선교류를 해보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면서 5년 전부터 고양시와 구마모토현 사이의 유소년 축구교류가 시작됐다.

고양시 축구협회 이태엽 국제부 이사는“유소년 선수들이 서로 왕래하며 홈스테이를 통해 두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등 교육적인 의미가 크다”며 “어린 선수들이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마모토현에서는 4학년 17명, 5학년 18명, 보호자 2명을 비롯해 기다오까 오사오 구마모토축구협회 전무이사, 미즈구치 코스케 이사 등 모두 32명이 지난 18일 고양시에 도착했다. 18일~22일 4박5일의 방한 일정이다. 구마모토현 축구부는 오마초등, 장인석FC, 무원초등, 능곡초등, 송포초등과 3일동안 친선경기를 펼친 뒤 국학기공 기체조, 태권도 시범공연을 관람한다. 시내관광과 쇼핑도 한다. 서울 인사동, 남대문, 남산타워도 둘러보고 이마트, 라페스타에서 쇼핑도 한다. 숙소는 따로 정하지 않고 선수의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한다. 일본 선수들은 우리 선수쪽 가정에 두명씩 머무르게 된다. 이날 어머니들은 첫날 밤을 함께 보낸 일본 아이들과 자녀들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가좌초등 2학년 원준성 선수의 집에는 4학년 유메키와 마키토가 묵었다. 저녁식사로 우삼겹을 먹었다. 밥을 한 공기를 더 먹을 만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고 준성이의 어머니 유은재씨는 말한다. 식사 뒤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에 갔다가 이마트 탄현점에도 다녀왔다. 집에 와서는 준성이가 말을 걸어보려고 일본어로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며 꽤 적극적으로 질문을 했지만 소통이 안돼 힘들어 했다고 한다. 이층침대를 자리배정 해야하는데 말이 안통하니“가위, 바위, 보” 손동작을 보여주며 해보라고 했다.

다행히 유메키와 마키토가 알아듣고 유메키가 1층 마키토가 2층에 준성이와 함께 자기로 했다. 다음날은 체인지하기로 하고. 아이들은 역시 게임으로 친해지나보다.  ‘원카드’를 준성이가 가르쳐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늦게 잠들었다.

준성이는 올 5월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준성이의 꿈은 국가대표다. 태권도·인라인·자전거도 좋아하지만 축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다음날은 준성이의 네살된 동생의 생일이었다. 미역국을 준비한 유씨는 일본 친구들에게 “한국에서는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다” 고 일러 주었다. 유메키와 마키토는 특히 멸치볶음, 김, 미역국을 잘 먹었고 맛있다고 했다. 유메키와 마키토는 준성이가 집에서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키우는 걸 신기하게 지켜봤다.

고토와 아라키는 오마초등 1학년 이현서네 집에 묵었다. 현서의 어머니 김수정씨는 영어로 어느정도 소통이 될 지 알았는데 ‘워터’나 ‘런치’같은 말도 못알아 들어 처음에 난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워 보드게임을 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웃었다. 고토는 쌈을 싸먹을 정도로 한국음식을 즐겼고 아라키는 김치와 매운 음식은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현서는 작년 4월부터 장인석축구팀에서 축구를 시작해 벌써 1년을 넘겼다. “축구를 하고부터 스포츠뉴스를 보지 않으면 잠을 안잘 정도다. 하루를 스포츠 뉴스로 마감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백석초등 5학년 이찬행 학생의 집에는 5학년 오타로와 아쯔히로가 묵었다. 찬행이의 어머니 이은주씨는 식사와  언어 걱정보다 처음 한국에 오는 일본 아이들이 어떻게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도록 할지 걱정했다고 한다.

처음엔 서먹 서먹해했지만 축구하는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공을 줬더니 해질 때까지 재미있게 놀았다고 한다. 오타로와 아쯔히로는 소녀시대·카라 등 케이팝을 좋아해 노래에 맞춰 춤까지 췄다고 한다.
찬행이는 2년 전 3학년 때 일본 구마모토현을 다녀왔다. 홈스테이 하는 동안 정이 든 일본 친구의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며 “엄마는 헤어질 때 울지마”라고  미리 귀띔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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