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뛰어넘는 공감과 재미,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인형들의 이야기
이승은 허헌선부부의 ‘엄마 어렸을 적엔’인형전

 

 

 

 

가난 가족 역사 배우는 생생한 체험학습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 크리스마스 이브. 추억의 한 페이지를 펼쳐볼 수 있는 전시회가 고양어울림누리 미술관에서 열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0~6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어릴 적 동네골목에 찾아오던 목마, 난로에 도시락 얹어놓고 손을 호호 불며 공부하던 교실,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두었던 아빠의 밥그릇, 역전 다방과 수레를 세우고 기다리는 수레꾼들의 모습, 어릴 적에는 엄마가 세수시켜주는 게 왜 그렇게도 싫었는지. 전시된 인형들이 잊고 지내던 어릴 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나게 한다.

이번 ‘다시보는 엄마 어렸을 적엔...’ 전시회에는 이승은, 허헌선 부부가 10여 년에 걸쳐 만든 작품 90여 점 중에서 주로 겨울을 테마로 한 작품 46점이 전시되어 있다. 부모세대에게는 향수를, 자녀세대에게는 신기함을 선사하는 인형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전시물을 둘러보면서 그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세대를 이어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에 충분하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와 함께 관람한다면 엄마, 아빠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승은 허헌선부부

 
익살스런 표정에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옷차림들은 이승은 작가의 솜씨다. 그녀는 한땀한땀 바느질하여 인형을 만들고 옷을 해 입히며 인형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인형들의 엄마다, 이승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목마>다. 어린 시절 동네에 찾아오던 목마아저씨의 모습이 떠오르는 <목마>를 만들면서 작가 부부는 꽤 다투었다고 한다. 허헌선 작가는 “나는 시골출신이라 목마는 본 적이 없어요. 못 본걸 어떻게 만드느냐고 둘이 좀 싸웠죠.”라며 허허 웃는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두 부부가 서로 고향이 다르다 보니 추억의 내용도 사뭇 다르다. 서울이 고향인 이승은 작가와 대전이 고향인 허헌선 작가는 어릴 적 경험이 서로 달라 작품을 만들면서 때론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기차역이나 교실, 포장마차 등 인형들의 생활공간을 만드는 허헌선 작가는 <등목>, <우리집>에 더 애정을 느낀다.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기 때문이란다.

작품 하나하나에 이렇게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래서 인형들을 감상하는 방법이 있다. 작가들이 추천하는 감상 포인트. 작품마다 적혀있는 시를 읽으면서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인형들의 동작과 표정들을 관찰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러면 인형들이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들은 인형을 통해 50~60년대의 모습을 재현하면서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가난하고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즐겁고 따뜻하고 눈물겹지만 행복했었다는 기억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초, 중, 고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나만의 팽이만들기, 계란꾸러미 만들기 등의 체험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야외놀이터에서 딱지치기, 요강에 고무신 넣기 등 재미있는 대회도 열린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