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29일, 일산동구청 대회의실에서는 뜻깊은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4년 만에 1,700페이지가 넘는 ‘고양시 씨족세거사’가 출판된 것이다. 이 날 행사에는 고양시장을 비롯하여 각지에서 많은 내빈이 참석하여 축하와 감사의 말을 전하였다.

“큰 동물일수록 잉태의 시간이 긴 것처럼  ‘고양시 씨족세거사’는 4년여의 시간이 걸려서야 이렇게 발간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갖는 의미와 가치가 얼마나 큰지는 오랜 잉태의 시간으로 미루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라는 고양향교 이세준 전교의 축하인사를 받은 이 책은 글재주 있는 작가의 미사여구로 쓰여진 것이 아니었다. 기초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찾고 우리가 내놓은 이야기로 엮어야 될 사인이기에 누구에게 전가 위임할 수 없었다”는 이영찬 회장의 말처럼 각 문중에서 보관하고 있는 자료를 기초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기술한 것이었다.

십년 전인 2000년 고양시 성씨 조사에 의하면 고양시에는 253개 성과 3,924개의 본관이 있다고 한다.『고양시 씨족세거사』에서는 37%에 달하는 93개 성과 5%에 달하는 199개 본관을 조사대상으로 하여 각 성의 연원과 역대인물, 세계표 등으로 조사하였다.

책은 각 성씨의 시조와 파종회, 입향조, 입향년도 입향주소, 후손에 이르기까지 조사하였고, 그 결과 고양에 가장 먼저 입향한 성씨는 B.C 30년경 덕양구 행주내동에 거주한 행주기씨로 나타났다.

“콩밭에 소를 메도 이유가 있듯이 조상이 이 곳에 자리를 잡았을 때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만들면서 그러한 것들이 파악되었습니다”라며 이영찬씨는 입향조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들을 털어놓았다. 개성과 한양 사이에 위치한 고양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과거를 보려는 선비들이 일시적으로 머무르다가 그대로 자리잡거나, 사패지, 별장 등에 후손들이 세거하거나 사회 혼란에 의해 은거하는 등 입향유래가 매우 다양했던 것이다.

또한 고양시에 제일 많은 성씨는 김씨(본관 24개), 이씨(23개), 최씨(12개), 박씨(9개), 조씨(7개), 임씨와 정씨(6개) 등이며, 역대 군수와 현감은 총 321명이었고 현재 최성 시장은 321번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 지역의 성씨별 세거사에 관한 책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아직까지 만들어진 적 없다고 한다. 고양시에서 첫 출판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분량이 방대하고,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료적 가치가 있는  ‘고양시 씨족세거사’는 각 문중의 노력과 이영찬 회장을 비롯한 고양시씨족협의회원들의 헌신봉사의 결과물이기에 더욱 뜻깊다.

“이 책은 앞으로 향토사 연구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이영찬회장의 말처럼  ‘고양시 씨족세거사’는 전국적으로 성씨 연구에 선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고양시씨족협의회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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