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교육청이 방관하는 사이 40만원에 달하는 교복가격의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일선 학교들의 교복 공동구매가 원활하게 진행하는지 관리·감독해야 할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이 고양시 교복공동구매와 관련해 제대로 된 내용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교육청 감사담당실 하석종 사무관은 20일 “시 교육청에 교복 공동구매를 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낸다”면서도 “민원이 들어와야 감사가 시작된다”고 답했다.

고양시교육지원청 심한수 장학사는 고양시의 변질된 협의구매와 관련해 “변형된 형태로 교복 공동구매가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돈 문제여서 학교의 개입은 가급적 막고 높게 책정된 교복가격에 대해서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권고했다” 라며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고양시내 중학교들은 공개경쟁 입찰을 통한 ‘공동구매’보다는 업체와의 협상을 통한 소위 ‘협의구매’방식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

<고양신문>이 시내 중학교 신입생 교복 값을 비교·분석한 결과, 협의구매 방식 때문에 학교별로 최고 17만 원이나 비싼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2월 14일자 1면)

공동구매를 한 몇 개의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은 현재 ‘협의구매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협의구매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협의구매는 일반적으로 ‘공동구매와 일괄구매가 불가능한 경우에 개별업체 단위로 협의한 후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 1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인데 이들 학교는 4개의 업체가 모두 같은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들 학교의 교복구매는 공동구매도 아니고 1개의 업체로 낙찰되는 협의구매도 아니다. 오히려 담합구매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중산동 A중학교 홈페이지 ‘2012학년도 교복 공동구매 안내문’에서 ‘고양시 학교운영위원협의회에서 교복가격 안정화를 위한 협의를 한 결과’라면서 스마트·스쿨룩스·아이비클럽·엘리트 등 4개 브랜드의 가격을 34만5000원으로 동일하게 제시했다. 이 방식은 교복업체들이 선호하는 방식이고 정상적으로 교복공동구매를 하려는 학교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고상만 담당주무관은 “고양시의 교복 구매방식은 지난해 영등포지역 담합구매 방식과 같은 사례로 보여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영등포지역 교복 공동구매 연합회는 다양한 교복업체로부터 입찰을 받아 가장 적합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 1곳만 선정해 교복을 다 같이 구입하는 공동구매 방식이 아니라, 응찰한 교복 업체 4곳과 사전에 가격을 협의한 뒤 이들 모두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담합구매’로 판단하고 관련 중학교 20곳과 지역교육지원청에 ‘기관경고’를 했다.

학운협 이재일 회장은 교복 공동구매와 관련 “작년 학교측에서 학운협이 교복 구매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받고 70여개 중고교에 교복 협의구매와 관련해 공문을 보냈다. 30여 개 학교장이 이에 동의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2차례에 걸쳐 고양시의 10개 교복업체와 협의해 ‘얼마 이상은 받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아 학교측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학운협 공문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고양시교육청 심한수 장학사는 “학운협은 기관도, 단체도 아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학교장이 학운협에 맡기느냐”며 “각 학교에서 추진해야 할 교복 관련해서 학운협이 개입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 학부모는 “담합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4개 교복브랜드가 똑같은 가격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사전담합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3년째 공동구매를 진행해 온 화수중학교 교복공동구매추진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공동구매 공지가 나갔으나 약속이나 한 듯이 주요 4개 업체만 참여하지 않았다”며 “올해 공동구매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업체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심 장학사는 “하복부터는 각 학교에 요구해서 교복 값 안정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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