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봉사회 고양시지구 박미화 회장

“적십자 봉사회는 달라요. 누가 보거나 말거나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사람들. 바로 우리 적십자봉사회원들이죠.” 앉자마자 적십자봉사회와 회원들에 대한 자랑부터 시작이다. 환한 웃음을 ‘특허’낸 박미화(58세 사진) 신임 회장. 무슨 질문을 던져도 웃음이 먼저 답을 준다. 박 회장의 30년 봉사 생활을 들어보았다.

“아픈 얘기가 있어요. 둘째딸이 태어나서부터 아팠어요. 아주 많이. 사경을 헤매는 아이 손을 붙잡고 무조건 기도했죠. 이 아이만 살려주시면 평생 봉사하고 나누며 살겠다고.”

둘째아이를 두고 한 약속을 잊을만 하면 아이는 다시 아팠다. 박 회장 부부는 “평생 나누며 살라는 말씀”이라 여기고 그때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아팠던 둘째딸은 올해 33세. 건강하게 성장했다.

처음에는 삼남매와 함께 주변 복지시설을 찾았다. 한번은 어르신들이 머물고 있는 ‘은혜의 집’을 찾았는데 한겨울에 마당 가득히 빨래가 걸려있었다. “대형 세탁기가 없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불을 그냥 넌 거죠. 당시 신랑 한달 월급을 다 털어 세탁기를 사드렸죠.”

어린이들이 머무는 시설에 갔을 때는 “고기를 먹고 싶다”는 부탁에 백화점에서 LA갈비를 사와 직접 양념에 재서 가져가기도 했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며 느꼈던 감동은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군인이었던 남편도 아이들 때문에 하는 봉사라 ‘무조건 찬성’이었다. 그래도 가끔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박미화 회장은 경험을 통한 나눔의 철학이 있다. “많이 나누면 그만큼 채워주신다”는 것. 봉사를 통해 얻어낸 가장 큰 결실은 건강하게 자라준 세 아이들이다. 미국 유학중인 박 회장의 큰 아들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봉사현장을 찾는다고. 

지역에서 주민자치위원회에도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적십자 봉사회를 알게 됐다. “실적이나 보여주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순수하게 봉사에만 전념하는 모습”에 무조건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 시스템을 갖고 체계적인 봉사를 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살고 있는 풍동에서 10여년 적십자회 활동을 했고, 풍동 회장도 맡았다. 고양시지구협의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금 부담도 크지만 설렘도 있다.

“역대 회장님들이 워낙 잘해오셔서 저는 제대로 유지하는 것만도 큰 일이라 생각해요. 주력하고 있는 다문화 사업과 함께 회원 확보, 적십자회비 모금, 네트워크 구축 등 할 일이 많지만 즐겁습니다.”

다시 한번 환한 웃음을 선사하며 박 회장은 적십자회비 홍보를 꼭 당부했다. 아직도 적십자회비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실제 적십자회비 대부분은 각 지역으로 전해져 어려운 이들, 재난구호 등 꼭 필요한 곳에 쓰인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이번에 회장에 취임하며 특별회비 1000만원을 납부했다.

“적십자 회원들은 봉사를 할 때도 필요한 경비를 직접 내죠. 순수하게 시간과 돈을 내는 일을 봉사라고 여기죠. 저도 회장을 맡아 그만큼의 나눔과 기부를 하는게 당연하죠.”

14일 명지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한 박미화 회장. 나눔의 전문가, 베푸는 일의 기쁨을 아는 그가 이끄는 올해의 적십자봉사회 고양시지구협의회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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