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시는 18세기 이후 농민의 농업생산에 필요한 미곡·농기구·면화·면포 등이 주요한 상품으로 등장하면서 발전하여, 19세기 초에는 전국적으로 1천 여 장이 설 정도로 크게 번성하였다고 한다. 장날이면 그 어느 곳보다 볼거리를 제공하던 곳, 짙은 분장과 만담이 어우러지던 웃음의 한마당은 이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유일하게 남아 옛 추억을 간직한 채 풍속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 바로 일산 5일장이다.

난장 형태의 5일장은 현대의 상거래 유통구조상 제도적인 활성화를 찾기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장터의 모습도 예전과는 다르지만 고양의 일산 정기장날의 경제효과는 성남의 모란장보다는 못하지만 나름의 역할로서 자리매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옛 고양군 내의 장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자료를 통해서 알아보기로 하였다. 지방의 장시는 조선 초기부터 발달 되었지만 우리 고양은 조선 후기부터 활성화 된 것 같다.

이포(已浦)장은 지금의 송포 일대에서 열렸으며, 3일장이었다. 신원리 장은 4일장 이었고, 사애(沙崖)장은 세 곳의 장터 중 유일하게 매일 장시가 열리던 곳으로 당시에는 사애장이 고양군에서 가장 중심적 시장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의 장터는 주로 농산물 산지 시장기능과 보부상 중심의 공산품 소비시장 기능을 겸하고 있었다. 더욱이 고양 일대의 장터는 수도 한양의 근교지로서 쌀, 땔나무, 채소의 주요 공급지 역할을 담당하였을 것으로 보여 진다. 구한말 이후에 고양군 일대에 존재 했던 장으로 흰돌(白石)장, 능곡장, 그리고 일산장이다.

이중에서 시기적으로 제일 빠른 것이 흰돌 장이다. 능곡장이 정착된 것은 경의선 개통 후의 일이다. 처음 간이역이었던 것이 1922년 정식 역으로 승격되면서 역 근처에 5일장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능곡장의 쇠퇴원인은 유통 구조면에서 값이 낮게 책정되는 서울의 가격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일산2동에서 열리는 일산장은 조선의 향시(鄕市)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동국문헌비고에 의하면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에 열린 향시인 사포장이 그 효시라고 할 수 있으며, 일산장은 1908년 경의선이 개통되어 와야촌에 일산역이 생김에 따라 처음 생긴 장이다. 또한 일산장은 교통의 편리함으로 인하여 장날이 같은 사포장이 일산장으로 편입된 것으로 보여진다. 사포장은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장성아파트 단지근처로 추정된다. 사포장은 개성에서 고양을 지나 서울 마포장으로 연결되는 중간상역할의 시장으로 수로를 이용한 선박중심이었기에 퇴보하였고, 일산장은 교통의 발달이 가져다준 새로운 장터로 발전할 수 있었기에 계승될 수 있었다. 최초에 일산장이 형성된 곳은 바로 구 일산 사거리이다. 경의선 개통이 가져다준 교통의 편리함과 인근의 풍부한 농산물 공급이 일산시장 형성의 주요 여건이 되었다. 이러한 시장여건은 일산장의 발전에 영향을 끼쳤으며, 주위의 정기장이 쇠퇴한 후 지역 상경제의 중심적 역할로 변화하는 데에도 촉매제 역할을 다했던 것이다.

또한 당시의 교통수단으로는 우마차가 거의 유일했기 때문에 오후에 성시를 이루는 지금과는 별게로 오후 2시가 되면 파장이 되었다고 한다. 초창기 거래 물품은 쌀, 콩, 팥 등의 곡류, 지게, 삼태기, 바수구리(바작) 등의 수공품과 댕기등의 방물이 중심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후 교통이 편리해 지면서 물품도 다양화 되었고, 물건의 양도 많아지면서 의류인 옷 장사, 과일장사가 들어왔다고 한다. 초기의 장은 원래 5일, 10일장이었는데, 봉일천 장과 겹쳐 불편하므로 당시의 강고(지금의 상가번영회) 9인의 합의로 3, 8일 장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러한 형태의 구 시장은 1957년 현재의 장터로 이전 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기존의 일산장은 일산 종합상가에 자리를 잡지 못한 상인들과 인근 주민, 순회 상인들에 의해 유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상설시장과 병행하여 유지되고 있는 정기 5일장으로는 유일하며, 최근에는 능곡에 5일장 다시 개장되고 있다. 현재의 일산장은 10년 전 보다는 규모면에서 확장 되었으나 그 품목은 아직까지도 옛 모습을 많이 유지하고 있으며,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도심 속에서 전통 5일장의 명맥을 있는 풍물장으로서의 민속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이 가미된 일산 5일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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