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행신동에서 10대 아이들에 의한 친구 폭행, 살인, 암매장사건이 발생했네요. 또래 여자친구가 자기들에 대하여 거슬리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늘 이용하는 공원 언덕에 사체를 묻었더군요. 그 아이들은 남녀 9명이 가출해서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집단폭행에 가담한 아이들 중 하나는 이미 출산까지 한 어린 엄마였고, 한 아이는 임신 3개월이었다고 하구요. 동네에는 그렇게 집을 나와 혼숙하거나 학교, 사회, 가정에서 벗어난 아이들이 모여 사는 집이 여럿 더 있다고도 합니다.

예전에 제가 반디교실을 하기 전 다니던 학원에서 저에게 배우던 한 아이 생각이 납니다. 공부는 좀 못해도 착하고 인사 잘하고, 축구를 좋아하던 작고 까만 아이. 할머니, 동생까지 셋이서 지하 단칸방에 살았고 늘 꾀죄죄한 옷에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던 아이. 몇 번 우리 집에 도둑으로 찾아왔던 적도 있던 그 동생도 학교에서 꽤나 유명하게 문제아로 알려져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배우던 그 아이의 형은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강원도의 소년원에 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동네를 어찌해야 할까요.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이 오늘밤에도 우리 동네의 으슥한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침을 탁탁 뱉으며 누군가를 씹어대고 있겠지요. 그건 너무 쉽게 만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 아이가 소년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진작 반디교실을 열었으면. 그 녀석을 반디교실에 다니게 했을 거고 그러면 그럴 일이 없었을 텐데”하며 가슴아파했습니까. 제 2, 제 3의 그런 녀석이 생기지 않게 지금 반디교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름 할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위로도 해봅니다. 그래도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청소년이 적응할 수 없는 세상, 특히나 가난하거나 한부모, 조손가정에서 학교,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은 더더욱 적응하기 힘든 세상이 아닌가요.

우리 동네에는 청소년수련관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갈 곳을 몰라 헤메는 저녁시간에 으리으리한 청소년 수련관은 문을 열지 않죠. 우리 아이들이 저 청소년을 위한 공간에 들어가 악기를 연주하고, 토론도 하고, 간식도 먹고, 춤도 추고.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사건에 모두 충격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또 지나가면 금방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우리 동네에 청소년 전용공간이 들어선다면 발 벗고 나서서 아이들을 불러 모으겠습니다. 좋은 교사 모으고, 동네 맘 좋은 이웃들도 불러 모아 아이들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사용을 안 하는 전 능곡역사도 좋고, 어디 시장길 빈 건물 지하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이 맘 놓고 쉴 곳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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