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초등학교 5학년2반 어르신들 앞 장기자랑

▲ 경로당을 찾은 신촌초 어린이들의 춤과 노래, 개그에 흥겨운 축제한마당이 벌어졌다

8일 후곡 4단지 경로당엔 한상 가득 음식이 차려지고 알록달록한 풍선과 색색의 화려한 종이꽃들이 여기저기를 장식했다. 여든의 연세를 바라보는 20여분의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어리둥절해하다. 화려한 꽃을 보며 까마득한 시절, 시집올 때 타고 온 꽃가마가 연상된 것일까. 할머니한 분이 “시집 한 번 더 갔으면 좋겠네”라고 말한다. 모두가 홀로 사는 할머니들이다

오늘은 일산서구 신촌초 5학년 2반이 경로당을 찾아 공연을 하는 날이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될 공연을 준비하느라 아이들 못지 않게 학부모 10여명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공연은 2반 전체 학생들이 모둠별 장기자랑을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아이들은 리코더를 불고, 발레를 하고,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한편 트롯트 가수와 개그맨 흉내 내기로 할머니들의 웃음을 이끌어 내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들은 가면을 쓰고 춤을 추기도 하고 장구 실력을 뽐내는 학부모까지. 경로당은 작지만 흥겨운 축제로 술렁였다.

다른 날 같으면 파리가 날아가는 소리도 크게 들릴 만큼 조용했던 경로당이 이날 만큼은 아이들 재롱에 들썩거렸다. 처음 와본 경로당 분위기에 뻣뻣해 하던 아이들은 “잘한다”는 추임새에 박수까지 쳐주는 할머니들 덕에 기운을 얻으며 긴장이 풀어져 나중에는 아이들 특유의 장난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공연은 서로의 벽을 허물며 아이들이 할머니들의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날 아이들에 섞여 춤 투혼으로 분위기를 크게 띄워준 학부모 임세미(고승우 학생 모)씨는 “할머님들이 너무 행복해하시는 걸 보니 가까운 곳에 살면서 진작 찾아뵙지 못한 것이 죄송하기만 하다. 학부모들이 처음엔 이런 행사를 탐탁치 않게 여겼었지만 막상 와보니 뿌듯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경로당 김해석(71세) 어르신은 “오늘 이곳에 모인 할머님들은 연세가 많고 모두 홀로 사신다.  외로움으로 사람이 그리워 경로당에 모여 있지만 오늘같이 누가 찾아와 준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자주 찾아와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경로당 봉사활동을 계획한 이회정 신촌초 교장은 “아이들에게 공부만 열심히 시키면 되지 무슨 경로당 봉사냐”는 학부모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며 “칠판에서 배우는 봉사가 아닌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참가해 봉사하는 기쁨을 알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작지만 소중한 경험이 아이들에게 두고두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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