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진 합동유세장 선관위 불성실 질타 한목소리

합동 연설회장엔 사람들이 없었다. 대부분 가장 무더운 오후 2시에 열린 고양시 합동연설회장은 주민들의 발길이 끊겨 후보들의 연설 연습장을 방불케 했다.

일부 연설회장은 무더위로 선거 운동원들마저 그늘이 있는 근처 벤치로 자리를 옮겨 후보자가 텅빈 운동장을 두고 옆 벤치를 향해 연설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했다.

해마다 연설회장에서의 세 과시와 연설 후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등의 문제가 되풀이되자 올해는 아예 연설회를 기피하는 후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초선거구 중 덕양구의 능곡동과 행신2동, 화전·대덕동, 일산구의 마두1동, 주엽1동, 일산3, 4동은 후보자들간의 합의로 아예 연설회 자체가 무산됐다. 또한 대화동은 3명의 후보자중 2명이 불참하고 광역선거구에서도 8선거구에서 2명의 후보가 불참해 단 한 명의 후보만이 연설을 하기도 했다.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연설회장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선거운동원들이고 날씨도 더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데 굳이 아까운 시간을 뺏겨가며 연설회에 참가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것이 지배적인 정서.

일산의 최 모 후보는 “선거에 처음 참여했는데 후보자들의 연설이 끝나면 우르르 빠져 나가는 것도 보기 좋지 않아 상대 후보와 합의를 하고 연설을 안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선관위의 불성실한 홍보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후보도 있다. 광역의원으로 출마한 김 모 후보는 연설회장에서 “선관위가 공보방송도 불성실하게 해 주민들이 연설회가 언제 어디에서 열리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선관위 직원들에게 가장 더운 낮 시간에 시간을 배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강력히 항의했다.

구태의연한 선거방식에 후보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 셈이다. 이 모 후보는 “연설회장에 주민들을 되도록 많이 참석시키는 것은 선관위가 담당해야 할 몫”이라며 후보자들은 사람들을 연설회에 참석시킬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후보는 “선관위가 연설회를 그저 형식적으로 치루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

사람이 열 명도 채 안 모인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2시가 되자 예정대로 시작하자는 선관위 직원들과 사람들이 조금 더 모이면 시작하자는 후보들과의 언쟁이 있기도 했다.

선거 막바지 시민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부축이고 있다는 것이 한결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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