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그냥’ 있기로 했다. 연말이 다가오니 올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사업 정산이 기다리고 있다. 시민기자, 어린이기자에 기획취재까지.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건 좋은데 숫자를 맞추고, 실적을 추릴 때면 ‘또 괜한 일을 만들었나’ 후회를 하곤 한다. 하여간 그러저러한 일들을 하려했으나 결국에는 지난 주말에도 동네 축제에 가서 공짜 잔치국수를 얻어먹고, 지나는 길 이런저런 축제 구경을 하게 됐다.

행사가 많다보니 이런저런 말도 많다. 6일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막식 끝나고 터트린 폭죽 때문에 인근 대화동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던 모양이다. 

“아이들 재우다가 깜짝 놀랐다.” “폭탄 터지는 소리에 전쟁난 줄 알았다.” 고양시청 자유게시판도 시끌시끌. 밤늦은 11시에 예고도 없이 불꽃놀이에 폭죽이 터졌으니 고양종합운동장 주변 주민들이 놀랐을 법도 하다. 고양시 장애인체전지원단에서는 9일 “경기도와 사전에 일정에 대하여 충분한 협의를 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소재의 유무를 떠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는 글을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유명연예인들이 다수 출연했던 개막식에서는 인기 아이돌 스타를 마지막에 배치했다가 팬들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MC의 마지막 대사가 끝난 후 일부 조명이 꺼진 다음 아이돌 가수가 등장한 것. 행사가 끝나자마자 해당 스타의 팬들이 SNS와 인터넷 상에 고양시와 방송사를 공격하는 글을 집중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여겨지지만 아이돌 스타에 대한 팬들의 열정으로 이해해야겠다 싶었다.

체전이 끝나고 나서도 13, 14일 고양시는 각동별 행사까지 하루에만 거의 20여개 가까운 축제와 일정이 이어졌다. 9, 10월의 축제 풍년은 전국 지자체의 모습이기도 하다. 올해 12월 대선 때문에 10월 20일부터는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직능단체들이 행사를 개최하거나 후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슨 행사가 이리 많냐’며 불평하실 분들도 조금만 참으시라. 10월 말부터는 조금 편안하고 조용한 주말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각 행사별로 애쓰는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을 보면 좋은 성과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행히 대부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와 새로운 체험도 하고, 먹을거리도 나누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거의 모든 행사마다 빠짐없이 참석하시는 최성 시장님의 부지런함이 놀랍다. 하루를 아무리 쪼개도 모든 행사의 동선을 맞추기란 쉽지가 않을텐데 어떻게 가능한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행사마다 담당 공무원들의 고충이 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대한, 가능한 시장님의 일정에 맞추다보니 시작이나 개회식 시간이 바뀌기도 하고, 서둘러 행사장에 좌석을 채우느라 동분서주한다는 것. 고양시 예산에 행정적 지원을 받는 행사와 축제에 시장님 참석이야 자랑스럽고 좋은 일. 그렇지만 참석자체가 목적이 되어서야 앞뒤가 바뀐 일 아닐지.

시간 위를 달리는 듯 바쁜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를 가르고 행사장 위로 올라 친근한 이야기로 모두를 격려하는 시장님의 모습은 모두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너무 자주는 곤란하지 않을까.

사실 본격적으로 바쁜 시기는 이제부터다. 매주 화요일 마감날이면 자정을 넘기곤 하는데 최근에는 시청 3층 사무실에 환하게 불이 켜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년 본예산 때문에 기획예산부서가 야근을 하는 모양이었다. 1조가 넘는 고양시 예산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각 부서간 협의하고, 고려할 일도 많으니 담당부서 공무원들은 이맘 때면 야근을 밥먹듯 하게 된다. 예산이 확정되고 나면 시의회 심의가 기다린다. 시의회는 12월부터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올한해 고양시 행정을 샅샅이 뒤져보고, 새해 예산과 사업계획을 심의하게 된다. 이번 한주는 시의회 의원들이 각 상임위별로 행정사무감사 현장을 둘러보는 중이다. 의원들의 노고만큼 또 2013년 한층 살만한 고양시가 되리라 기대를 해본다.

작년에도 이맘 때 비슷한 부탁을 했던 기억이 난다. 30명 고양시의회 의원님들이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원님들 초대’를 자제해달라는 말씀이었다. 올해도 각종 단체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님들, 정당 위원장님들께 거듭 부탁드린다. 고양신문도 넉넉하게 지면을 비우고, 기자들도 심호흡을 크게 하며 시의회의 활약상을 자세히 보도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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