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피해 58%, 이웃·친척이 가해자

▲ 이날 토론회에서는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센터, 성문화센터 등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문구점 주인이 신발 끈을 묶어주다 성기를 만졌다고 한다. 더 물으려 하니 ‘몰라 몰라’해서 더 못 물어보았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문구점에 갔다가 주인이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만지려 해 도망쳤다고 한다. 학교장에게 전화해 아이들에게 문구점 주인을 조심하라는 주의만 주었다. 경찰에 고소하려해도 증거 부족으로 힘들 것같다. 가해자에게 경고할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피해 부모>

“학교 교실에서 쉬는 시간에 남학생들끼리 모여 재미로 엉덩이를 흔들며 성행위를 흉내내고, 같은 반 여학생들의 가슴 크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느날 옆에 있던 여학생이 선생님께 알렸다. 남학생들 사이에서 흔한 일인데 억울하다.”<가해 상담 학생>

고양시 초등학생들의 82.3%는 주변환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2011년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생활안전도 실태조사> 여자 어린이들은 25%가 성폭력이 불안원인이라고 꼽았고, 남자 아이들은 35.9%가 폭력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고양시는 안전한가.

고양파주여성민우회가 주최하고 경기도와 고양시, 고양신문이 후원한 아동청소년 성폭력 예방을 위한 시민대토론회가 26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렸다. 고양파주여성민우회 김민문정 대표는 “날로 고조되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공포감을 극복하고, 지역사회 성원들이 어떻게 안전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아동, 청소년 성폭력을 예방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실천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고양성폭력상담소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상담 수는 1305건. 이중 성폭력 상담은 611건, 1878회였다. 발제자로 나선 이미연 고양성폭력상담소 상담원은 “성폭력 상담 피해자의 연령은 전체 성폭력 건수의 57.9%가 19세 이하의 아동 청소년 피해자였고, 13~19세 사이의 피해자 수가 전체 43%로 가장 많았다”며 실제 아동청소년 성폭력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상담원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친족이나 친인척이 20.4%였고, 피해자와 같은 동급선후배가 19.4%였다”며 “고양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안되기가 아닌 가해자 안되기에 주력해왔다. 성범죄가 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가까운 이들로부터 일어날 수 있는 범죄라는 점을 인정하고 예방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연 고양성폭력상담소 자원상담원의 발제에 이어 김민문정 대표가 ‘폭력없는 고양시 선포 2년. 정책 현황,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김민 대표는 “고양시가 2010년 ‘여성이 안전한 도시, 범죄없는 도시’를 선포한 이후 다양한 인식개선 프로그램과 사업을 전개해왔다. 또한 자체 예산과 예방교육을 확대하는 등 노력이 있었으나 사업의 체계성 효과성이 부족했다”며 “아동여성보호지역연대의 내실있는 운영, 시민참여 확대를 통한 안정망 확대 강화, 청소년 성문화 공간 마련, 피해자보호 및 지원강화” 등을 요구했다.



 토론자로는 박행렬 대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김대훈 행신고등학교 교사,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원, 김진이 고양신문 편집장, 장진호 정발중학교 대디폴리스 학부모 등이 참여했다. 

토론 이후 방청석에서는 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성폭력을 당한 친구의 사례를 들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보통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잔다는데 성폭력은 반대다. 이 까닭은 우리나라 성문화에 기인한다”며 이상성 도의원은 성폭력에 대한 인식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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