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관계자들, 고양은 경쟁력 있는 유통단지 최적지
고양에 가구산업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서울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땅값이 저렴했던 고양시에 소규모 가구공장이 하나 둘씩 들어섰다. 대부분은 임대공장형태였고 공장과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업체들이 주류였다. 80년대 가구제조업 단지가 식사동과 덕이동 두 곳으로 집적되면서 규모를 갖추기 시작했고, 90년대 일산신도시 개발과 더불어 땅값이 오르면서 제조업은 떠나고 유통업이 활성화 됐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고양시 두 가구단지는 유통중심의 단지로 자리를 굳혔고,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로 성장한 고양시 등 대소비지에 인접해 있다는 강점을 기반으로 최적의 유통중심으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고양시 가구단지 역시 대한민국가구산업의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하며, 곳곳에 중소규모로 흩어져 있다. 또 명품 가구를 지향하는 유럽 가구와 대량공세로 쏟아지는 값 싼 중국 가구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 설 곳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도 한계이다. 고양의 가구산업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가구산업의 암울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양시가구인들의 고민과 도전은 고양은 물론 경기도, 대한민국 가구산업의 활로를 찾는 길과 연계되어 있다.
고양시 가구인들은 고양가구단지·일산가구공단로 나눠진 고양의 가구업체가 한 곳으로 집적화된 ‘가구타운’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분산된 가구업체를 한 곳으로 모아 고양의 가구산업 브랜드를 높여 집객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구타운은 필요하다. 특히 고양가구단지와 일산가구공단이 한 곳에 모이면 국내 최대의 가구유통단지로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두 가구단지가 흩어져 있고, 다소 노후화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현재도 고양시 가구유통매출은 전국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고양가구인들의 바람대로 대단위 현대식 가구유통단지가 조성된다면, 고양은 물론 대한민국 가구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가구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양시 가구타운 조성은 장기적인 대안이기도 하지만, 현 상태로는 가구업체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한다. 남시영 일산가구공단협회장은 “외국의 가구거리처럼 현대적으로 정비된 가구타운이 조성되지 않으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세계최대의 가구업체인 이케아가 2014년 광명시에 개설을 추진하고 있어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지확보와 가구타운 조성을 위한 예산이다.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땅값이 크게 치솟은 고양시로서는 부지확보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에 강점희 고양가구단지협회장은 “킨텍스나 한류월드 주위의 시나 도 소유의 부지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값이 싼 그린벨트 지역을 풀어 부지를 확보하는 방법도 시 차원에서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곳으로 가구업체가 집적화된 가구타운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기능을 하는 ‘가구센터’의 유치에도 고양시 가구인들은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가구센터는 디자인 개발·신제품 개발·친환경 인증지원·가구산업 창업보육센터 운영·전시 컨벤션 센터 기능 강화·가구 인력 강화 등 종합적인 지원시스템을 갖추는 기구다. 경기개발연구원은 가구센터의 적정규모와 예산액에 대해 320억(국비 100억·도비 100억·시비 120억)을 들여 1만3223m²(4000평)규모로 조성하는 안을 내놓았다. 홍원표 경기도 가구산업팀장은 “경기개발연구원이 내놓은 320억 예산규모 중 시가 부담할 120억이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다. 부지 매입비는 해당 시에서 부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데 부지 가격에 따라 시가 이보다 더 부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구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적으로 정비되고 집적화된 가구타운의 조성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영환 도의원은 “가구센터의 기능과 고양의 가구 현실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 가구센터는 가구를 제조하는 데 있어 기술과 디자인을 지원하는 기능이 크기 때문에 유통업 중심의 고양시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며 “대신 디자인을 특화할 목적으로 가구센터 여러 기능 중 디자인 지원 기능을 하는 부분만을 고양에 들여와 유통업과 접목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부지 매입비뿐만 아니라 센터 운영비의 예산을 고양시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임광순 경민대 교수는 “고양시는 가구유통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이태리와 같은 선진 가구거리를 우리도 조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 보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