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유혹에서도 땅을 지키는 농업인들-고양시 새농민회

 

▲ “새농민상 수상자들이 새농민회라는 이름으로 매월 정기모임을 통하여 정보교류와 선도농업을 실천하고 있다”고 하는 고양시 14쌍 부부의 수상자들.

새농민상 수상한 14쌍의 부부농업인들
매월 정기모임 갖고 농업정보 교류하고
봉사와 나눔도 실천 

고양은 도시일까, 농촌일까. 고양시는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일명 도농복합형 도시라고 불린다. 아파트와 상가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에서 불과 5분 10분만 달려가면 드넓은 논과 밭이 펼쳐져 있다.

1989년 일산신도시 개발 발표와 함께 물밀듯 들이닥친 개발의 압력은 지난 23년 동안 계속됐다. 전형적인 농촌도시였던 고양의 옛 모습은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새 도시가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 사이사이의 농촌은 여전히 남아있다. 농촌 역시 개발의 압력이 심하다. 농사를 짓느니, 창고나 공장을 지어 임대하는 것이 수월하다.

농촌 곳곳엔 창고단지가 조성됐고, 논과 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년 열심히 일해도 창고 임대 수입 못 따라라 가니, 누구라도 논과 밭을 내어주는 것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의 농업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개발되는 땅의 거센 유혹을 뿌리치고 묵묵히 곧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고양의 농업인들은 젊다. 나이와 상관없이, 도심 한가운데서 땅을 지키는 뚝심이 있어서 젊다. 어떻게 하면 도심형 농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바로 고양의 농업인들이다. 고양의 축산농가가 그리 많지 않지만 매년 큰 대회에서 큰 상을 차지하는 것도, 전체 인구의 5%도 되지 않는 농업인들이 신농업 경영으로 크고 작은 화제가 되는 것도, 다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고양시 농업인들을 대표하는 모범사례는 바로 농협중앙회에서 매년 시상하고 있는 새농민상 수상자들이다. 엄격한 기준과 전문적 평가가 수반되는 공인된 상이기 때문에 새농민상 수상자들은 안팎으로 화제가 된다.

새농민상 시상제도는 1966년 시작됐다. 지난 46년 동안 새농민상을 받은 고양시 농업인들은 14명. 부부가 함께 받는 상이니, 모두 28명이 상장을 받았다. 고양시 농업인의 수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다. 특히 고양시가 한창 개발되는 시기인 1992년 첫 수상자가 나왔고, 이후 줄곧 2-3년에 한명씩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달의 새농민상은 자립, 과학, 협동의 새농민 운동의 3대 정신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농가 소득 증진과 영농과학화와 지역농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선도 농가를 선정한다. 새농민상은 수상 범위가 전국 단위여서 지역별로 돌아가는 횟수가 적은 편이다.

새농민상 후보자 추천 서류 방식은 농업정착 및 자립과정으로, 20년 이상 영농종사 10점, 15년 8점, 10년 6점, 5년 4점이다.

심사기준은 부채 또는 자산비율, 소득금액, 영농자재계통구매, 농산물계통출하, 출자금, 예금, 공제, 공적내용, 영농기록 작성, 컴퓨터 활용, 홈페이지 구축, 품질인증, 규격화, 기계화, 전자상거래, 작목반과 협동조직활동, 품성과 농업인 자격, 수상자로서 기대효과, 농협과의 관계와 교육 이수, 봉사활동 등 다양하고 엄격하다. 25여 종류의 서류심사에서 총점 60점 이상이 나와야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고, 개인별 우수 활동사례도 심사대상이 된다.

 어려운 관문이 겹겹이지만 농업인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새농민상 도전을 꿈꾼다.

고양에는 1992년 이완주, 조미야 부부가 첫 수상을 했고 2012년 최준배, 유성형 부부까지 모두 14쌍이 이 상을 받았다.

새농민상 수상자들은 새농민회를 구성하여 매월 정기모임을 하고, 정보교류, 불우이웃 돕기, 귀농귀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양의 새농민회는 2000년 3월 수상자인 김창래 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김창래 회장은 “새농민상 수상자의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첨단 농업을 개척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농업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으로서 이웃을 위한 봉사와 기부에도 앞장 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 새농민회는 고양시 농업을 지키는 중심축이기도 하다.
개인의 성공보다는 고양시 농업의 성장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일이 잦다. 고양시가 도시라는 것은 도시 농업인들에게 큰 숨통이기도 하다. 가까운 거리에 큰 소비지를 끼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농산물은 다 인근에서 유통할 수 있다.

고양시민들이 고양시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소비해준다면 고양시 농업인들은 걱정이 없다.
더 많은 농업인들이 친환경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더 많은 시민들이 농업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이들 농업인들이 지킨 논과 밭은 도시지역에 맑은 공기와 싱싱한 농산물을 제공하는 녹지대의 역할을 한다. 서로 상생하는 길을 찾는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도시가 바로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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