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
박남희
들풀 무성한
철길을 따라 걸었지요
문득 풀벌레가 보고 싶어
풀 섶을 헤치다
달을 보았지요
달에 맑게 고여있는
눈물을 보았지요
그때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었지요
기차가 지나가고
옥수수 대가 흔들렸지요
어느새 달은
풀숲을 헤치고 둥둥 떠올라
하늘 가득
제 몸 속의 환한 노래를
물소리처럼 풀어내고 있었지요
세상 속에서 서로 몸 부대끼며 사랑하는 모습은 비단 인간의 모습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박남희의 <간이역에서>는 시적 화자가 자연과 만나서 이루는 사랑의 본래적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들풀 무성한 철길을 따라 걷는 것이 우리 인생이고 사랑의 모습이라면, 문득 문득 풀벌레가 보고 싶고 풀 섶을 헤치다가 달을 보고 그 눈물까지 보게되는 것이 인생의 참된 기쁨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 시의 둘째 연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나 옥수수대가 흔들리는 것은 때때로 세상사에 흔들리는 인간의 여린 심성의 상징이고, 달이 풀숲을 헤치고 하늘로 둥둥 떠올라 환하게 빛나는 것은 인간이 순간 만나게 되는 삶의 희열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 시는 자연의 사물들을 통해서 인생의 고뇌와 환희를 매우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안명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