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은퇴 기자회견… "고양시라는 울타리 있어 든든했다"

“많은 분들 덕분에 누구보다 행복한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고양시청을 가득 메운 떠들썩했던 취재진들은 이내 숙연해졌다. 장미란의 ‘눈물’ 때문이었다. 15년 동안 숱하게 자신을 ‘역도 선수’라고 소개했던 장미란은 10일 고양시청 체육관이 ‘역도선수‘라고 소개하는 마지막 자리라는 감회 때문인지  말을 잘 잊지 못했다.  
  
‘역도’라는 비인기종목도 월드컵 축구만큼 온 국민에게 짜릿한 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해보인 ‘역도여제’ 장미란의 은퇴기자회견은 그렇게 약간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이날 은퇴기자회견에서 장미란은 “울지 않고 ‘쿨’하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자리에 앉게 되니까 눈물이 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장미란은 은퇴기자 회견장이었지만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을 감추지 않았다. “런던 올림픽과 전국체육대회를 치른 뒤 3개월 넘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한 번 더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은퇴 이유에 대해 “런던 올림픽 이후 잘해야겠다는 마음뿐 아니라 몸이 함께 가야 되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 눈물을 훔쳤지만 이내 담담하게 자신의 은퇴 소감문을 읽어내려간 장미란 선수. 장 선수는 "고양시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그리고 장미란 체육관이 있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미란은 이내 담담하게 자신의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장미란 재단을 통해 저의 재능을 기부하고자 한다. 스포츠 꿈나무에게 신체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2월 공식출범한 ‘장미란 재단’은 스포츠선수-재능기부자로 구성된 멘토그룹과 스포츠 꿈나무들의 만남의 장을 열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재단이다.

장미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은퇴 후엔 용인대 박사과정을 밟으며 IOC 선수위원에도 도전하겠다. IOC 위원이 되면 더 좋은 여건에서 사회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고양시청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저의 이름을 딴 체육관을 지어줘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시에 대한 고마움의 말도 잊지 않았다.

▲ 10일 고양시청 체육관에서 진행된 은퇴기자회견을 마치고 함께 무대에 선 아버지 장호철씨와 이현자씨로부터 뽀뽀를 받고 있는 장미란 선수.

바벨에 온 젊음을 맡길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장미란은 ‘절제’를 꼽았다. 장미란은 “힘든 역도보다 쉬워 보이는 다른 종목의 선수들을 부러워 한 적도 있었다. 그 선수를 부러워하니 훈련이 잘 안 됐다. 내가 하기로 선택한 역도이기에 선수 생활에 방해되는 것은 절제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역도에 전념했다”고 전했다.

이날 아버지 장호철씨는 “미란이를 무대에서 볼 수는 없겠지만 계속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어머니 이현자씨는 “몸이 아프더라도 집에 와서 몸이 아프다고 얘기를 하지 않은 아이가 미란이었다”며 “그동안 고생한 것을 잊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은퇴 기자회견에는 장미란의 친동생으로 현재 고양시청 소속의 53kg 경량급 역도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장미령도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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