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부터 단풍나무가 많다하여 붙여진 이름 단풍나무골, 풍산동에는 올해로 21년이 되는 지역 장학회가 있다. 단풍나무의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듯, 장학회는 그동안 많은 학생들이 꿈을 꾸며 미래로 날아갈 수 있는 씨앗이 되어주고 있다.
장학회는 1992년 풍산동 주민이었던 나훈 전 고양시의회 의장 제안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지역사회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나아가 지역사회 인재를 길러낸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현재는 100여명의 주민이 동참해 한 구좌당 1000원부터 자유롭게 후원 할 수 있는 통장을 가지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에 학교장과 통장 등의 추천을 받아 9명으로 구성된 임원들의 심사를 거쳐 장학생을 선발한다. 장학회 기금은 최초 제안자였던 나훈 전 의장이 1000만 원을 쾌척하고 장학회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모여 1000만 원을 보태 마련되었다.
총 2000만원의 종잣돈으로 운영되던 장학 기금이 지금은 5000만원으로 불어나 있다. 초기에 2000만원에 대한 이자로 지급되던 장학금은 이자율이 낮아지며 운영에 어려움도 겪었다. 4대 회장을 맡았던 김성원씨는 ‘1인 1통장 갖기운동’ ‘일일찻집’ 등의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며 장학회를 운영해 나갔다.
장학회는 올해로 1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정근모 회장(제7대)의 활약으로 더욱 성장하게 되었다. 풍산동 주민자치위원장과 13년 넘게 일산농업협동조합 영농 회장직을 맡아 지역일에 헌신해온 정 회장을 여러 곳에서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가장 크게 도움을 주고 있는 곳이 일산농협 김진의 상임이사와 일산농협 임직원들이다. 20여 명이 매달 20여 만원을 후원하며 장학회에 동참하고 있다.
아직은 어려움도 있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풍산동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외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살고 있다. 그동안 자연부락에는 장학금 대상자인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줄어들었고 이제 장학금은 거의가 아파트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마을에 대한 애착으로 자연부락 사람들이 십시일반 장학회를 이끄는 것에 비해 아파트 주민들의 협조는 적다.
정회장은 “아파트 주민들은 1000원을 후원하기도 꺼린다. 아파트 값이 올라가면 쉽게 집을 팔고 나가는 바람에 장학금 지급 기준을 풍산동 거주 2년 이상으로 정했다”며 “올해는 기존에 장학금을 지급 받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달에 1000원, 2년동안 2만4000원만이라도 다시 장학회에 환원해 다른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장학회의 취지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고 했다. 정 회장은 또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바르게 자라 능력 있는 사회인이 되었을 때 다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따뜻한 마음이 돌고 돌아 세상이 더 좋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장학회에는 뿌듯한 소식이 날아왔다. 그동안 장학회를 거쳐 간 두 명의 학생이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연극영화과에 다니며 극단 ‘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김주현 군은 “고2때 받았던 장학금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나의 꿈을 키워갈 수 있었다”며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고마움을 전했다.
세원고등학교 2학년 이상희 학생은 “장학회를 통해 용기와 격려를 받아 고민과 두려움을 이길 수 있게 되었다”는 인사를 전했다.
단풍나무골에서 뿌려진 희망의 씨앗들이 열심히 꿈을 키우며 자라고 있다는 소식에 정 회장은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장학 사업을 시작한 첫해 6개의 자연부락에서 선정된 2명의 학생에게 주었던 장학금은 작년엔 상.하반기 각각 15명, 총30명에게 800여만원을 지원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의무 교육으로 되어 있는 중학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개인당 50만원씩 상·하반기 각 10명씩을 선정해 1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