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4일, 열번째 대보름 축제
밭이 질고 차졌다는 진밭. 진밭두레보존회 김수정 총무는 “이곳 땅이 질어서 삼국시대 때 고구려를 공격하려던 신라 군사들이 고생했고, 임진왜란 당시 벽제관 전투 때 명나라 군사들이 고생해서 ‘진밭’이라고 불렀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김씨 문중의 밭이 많아 ‘김밭’이라고 부르다가 진밭이 되었다고도 한다. 성석동 진밭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진밭두레가 있다. 2005년 7월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공동체 유지를 위해 마을마다 두레를 조직해 서로 힘을 보태고, 풍물가락에 노랫소리 주고 받아가며 일을 즐겁게 했다. 집지을 때, 마을에 초상이 났을 때도 두레가 나서서 지경다지기도 하고, 회다지기도 도맡았다. 큰 힘이 필요한 마을의 온갖 일을 주관하는 것이 두레였다. “모갑이가 쉰다고 노래를 안 하고 있으면, 북잽이가 북채로 엉덩이를 툭툭 때려주며 어서 노래하라고 했다”는 이 회장의 말처럼 두레는 조직적으로 일하는 것도 중요했고, 일이 힘들지 않게 흥을 불어 주는 것도 중요했다.
성석동 진밭두레는 오랜 세월의 풍파를 잘 견뎠다. 진밭두레 김수정 총무는 “진밭 두레 지경다지기 첫 소리에 ‘~중국의 황성을 모방해 1865년부터 1872년까지 7년 동안 경복궁 지을 때에 우리 부락 어른들께서 참석하시어 터 다질 때~’라는 첫소리가 나온다”고 알려주었다. 이 기록으로 보아 성석동 진밭 두레는 경복궁을 중창하던 시기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경복궁을 중창할 때 무동대(舞童隊)·농악대·남사당(男寺黨) 등을 동원’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성석동 진밭두레도 노동력 동원뿐만 아니라 흥을 돋기 위해 농악대로 참여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잠시 주춤했던 진밭두레는 1919년 3월 1일부터 시작된 독립만세운동이 이 지역까지 확산될 때 농기 끝에 태극기를 달고 주민들의 만세시위에 앞장서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진밭두레는 농기 끝에 태극기를 달고 있다.

우리 민족문화와 공동체를 무너뜨리려 했던 일제 강점기, 그리고 근대화를 앞세우며 전통문화 보다는 신문화를 우선시했던 70~80년대의 위기를 진밭두레는 잘 견뎌왔다. 60년대에 이어 1985년 고양군 민속놀이 제13회 군민의날에는 공로상을 수상했다. 또한 1993년에 실시한 제8회 경기도 민속예술 경연대회에 송포호미걸이(경기도 문화재) 회장이었던 고 동관 김현규 선생과 함께 ‘용구재 이무기제’를 출품해 우수상을, 제9회 대회에서는 ‘12지신 불한당몰이 놀이’로 우수상, 제11회 대회에서는 ‘싱아대 말장박는 소리’로 대상을 수상했다. 그후 진밭두레는 지역의 각종 행사에 초대되어 공연을 이어가며 성석동 진밭두레를 대외적으로 홍보해왔고, 2005년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되었다. 정회원 60명과 준회원 25명으로 구성된 진밭두레는 풍물과 춤, 소리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길놀이, 농사소리(모찌는 소리, 모심는 소리, 김메기 소리), 농사놀이 16마당(가래질, 볍씨 뿌리기, 모내기, 콩심기, 김매기, 퇴비쌓기, 탈곡하기 등)과 풍년놀이(오방진, 군사놀이, 거상놀이, 12발 상모놀이 등), 지신밟기, 지경다지기, 회다지기 등의 공연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김수정 총무는 “풍물 3채 가락에 맞추어 풀어낸 농사놀이 16마당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은 진밭두레 뿐”이라고 말한다.
올해 정월대보름 달맞이축제 하루 전날에는 마을을 다니며 지신밟기를 할 계획이다. 고양시 전역을 대상으로 원하는 가정에는 찾아가서 지신밟기도 할 생각이다. 찾아가는 서비스, 찾아가는 지신밟기다. 이재완 회장은 “지신밟기를 하면 왠지 올해 운수가 대통할 것 같아서 이렇게 하게 됐는데, 혹시 원하는 분들이 계시면 먼데라도 마다하지 않고 갈 테니 연락 달라”고 말한다.
올해 진밭두레는 정월대보름놀이를 시작으로 행주문화제 동참, 각종 노인단체 공연봉사, 매주 금요일 오후8시부터 2시간 정도 연습과 신규 회원 풍물강습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연습실로 쓰고 있는 회관 건물 지하가 건설 초기부터 누수가 심하더니 지난해에는 결국 분장도구, 악기, 깃발 등이 훼손되고 말았다. 모두 새로 구입해야한다. 어떻게든 보수는 하겠지만, 새로 악기 등을 구입할 비용 마련이 어렵다. 게다가 향토문화재의 경우 기업체의 지정기부금 처리가 인정되지 않아 기부금 받는 것도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마을로 다니는 대중 교통도 불편해 신규 회원 영입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회장은 “대보름 행사를 할 때도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넓은 행사 장소를 찾는 것이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대를 이어가고 있는 진밭두레가 고양시 전통을 이어가는 대들보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정월대보름 달맞이 축제
일시 2월 24일(일) 오후 2시 ~ 오후 8시
장소 일산동구 성석동 2007번지 (진밭마을)
문의 010-7773-06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