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어린이집 원장들 5년째 전통 장담그기

▲ 이름표가 각각 붙어있는 장독에 아이들이 먹을 간장과 된장을 담그며 담소를 나누는 고양시 내 어린이집 원장들. 고추. 숯, 대추와 함께 담근 메주는 6개월의 숙성기간을 거치게 된다. 대자동에 있는 옛고을 영농조합 마당의 햇빛과 바람을 받으며 메주는 6개월간 잘 익어갈 것이다.
 

아이들이 먹을 된장과 간장을 어린이집 원장들이 직접 정성스레 담그는 행사가 있었다. 지난 14일 고양의 시립어린이집 원장 27명은 대자동 705-9번지에 있는 ‘옛고을 영농조합’을 찾아 전통방식의 장 담그기 행사를 가진 것.
옛고을 영농조합은 지역에서 생산된 콩과 신안의 천일염으로 매년 초봄 장 담그기를 한 후 가을에 된장과 간장을 가져가는 ‘체험식 장’을 만드는 곳이다.
시립어린이집 원장들은 2009년부터 매해 3월 이맘때 쯤 소금물이 담긴 장독에 메주를 장독에 차곡 차곡 담궜다.


메주뿐만 아니라 빛깔 붉은 통고추, 참숯, 대추도 함께 넣었다. 붉은 통고추는 살균 효과가 있고, 숯은 나쁜 냄새를 제거하며, 대추는 붉은 색을 띠어 액을 막아주는 상징성을 가진다.
이렇게 담근 메주는 9월까지 6개월 동안 옛고을 영농조합 마당의 확 트인 공간에서 햇빛과 바람을 받아들이면서 장독 속에서 자연적으로 발효된다. 메주가 발효하는 과정을 장독은 생명을 가진 듯 보듬어 안는다. 이것을 ‘장독이 숨을 쉰다’라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 
원장들이 이날 담근 메주는 옛고을 영농조합의 조합원들이 생산한 콩으로 만든 것이다. 조합에서는 메주와 장독을 제공하고, 시립어린이집은 조합이 제공한 지역의 농산물인 콩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유기농 음식을 먹일 수 있다. ‘로컬푸드’가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9월에 가서야 숙성된 메주를 장독에서 거둬내는데, 걷어낸 숙성된 메주는 된장이 되고, 남는 소금물은 간장이 된다. 된장과 소금을 분리하는 것을 ‘장 가르기’라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장을 만드는 과정은 전통방식 그대로다. 짚으로 장독을 태워 안에 있는 잡균을 없애는 방식부터 일체의 맛을 내는 조미료나 화학품을 쓰지 않고 손수 만든 메주로 숙성시키는 방식까지 모두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천연의 햇빛과 바람, 그리고 정성이 조미료를 대신한다. 이희란 마두어린이집 원장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조합과 직거래를 통해 지역의 콩을 이용해 전통적 방식으로 장을 담그니 여러모로 유익하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식재료를 줄 수 있고, 조합에게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경 고양시어린이집연합회 국공립분과장은 “어린이집 아이들 정원에 따라 적게는 1말에서 많게는 3말까지 담그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먹을 식재료에 대해 부모님들이 안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옛고을 영농조합 마당에 즐비한 장독마다 고양시의 31개 시립어린이집 원장의 이름표가 달려있다. 각 어린이집마다 기본적으로 1개의 장독을 소유하고 있고, 150명 가까운 아이들이 있는 ‘행신 그린 어린이집’처럼 많게는 3개의 장독을 소유하고 있는 어린이집도 있다. 보통 1말에 장독 1개를 요한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4곳 어린이집의 ‘장 담그기’는 다른 원장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다.
이영희 옛고을 영농조합장은 “시립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메주를 담그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주문이 늘고 있다”며 “이곳의 전통장 담그기 체험행사는 전통장을 담글 줄 모르는 주부를 대상으로 한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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