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락회 회원 김윤중 전 오마초 교장
삼락회 회원 김윤중 전 오마초 교장

2008년 오마초등학교를 마지막으로 교직에서 물러난 어르신은 이곳 봉사활동 뿐 아니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강선초 운영위원장, 아람누리 은빛 연극 동아리 회장, 아람누리 독서 도우미, 마술과 사물놀이는 개인적인 관심에서 배운다. 이 외에도 오래전부터 구당 김남수 선생에게 배운 침과 뜸은 작년 르완다 봉사로 이어져 4개월간 아프리카 생활을 했다. 주말엔 아침 일찍부터 본인이 다니는 광성교회에서 주차관리 봉사를 한다고 한다.
바쁜 생활에 체력이 허락하는지
“난 아픈 거 모른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조금 아파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간다”는 어르신의 말에 최근 유행한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인용해 만든 ‘결리니까 중년이다. 쑤시니까 노년이다’라는 우스갯소리에 했던 공감이 부끄럽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먹은 회충약 이후로 약은 먹어본 적이 없다는 어르신은 “내가 교장으로 있을 때 몸이 아프다는 교사에게 엄살을 부리는 것 같아 안 좋은 기색을 보였던지 그 교사가 많이 울었다는 얘기를 뒤늦게 전해 듣고 반성은 했지만 쉽게 약을 먹는 건 지금도 싫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전직이 교직이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다시 하게 되더라”며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독서 도우미를 하신다고 했다. 독서 도우미는 경기도가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지원 연령이 60세부터 100세까지며 독서 도우미 교육 후엔 시험으로 50%를 추린다고 한다. 일주일에 두 번 한번에 2시간씩 일을 하고 받는 한 달 급여는 36만원 정도라고. 어르신은 독서 도우미를 계기로 동화책을 연극으로 공연하는 아람누리 은빛 연극동아리 활동도 시작했다. 작년엔 경기도내 어르신들의 연극경연대회에서 ‘은혜를 모르는 호랑이’의 주연을 맡아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내가 교장일 땐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시키기만 해서 솔직히 잘 몰랐었는데 연기를 직접 해보니까 어렵더라”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 놓기도 했다.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다. 그저 모든 게 다 궁금하고 그냥 지나갈 것도 물어보고 들춰보고 뒤집어보곤 한다. 오죽하면 별명이 호기심천국이겠나. 호기심이 많아 걱정 근심도 잘 잊어버려 번뇌가 적은 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도움이 되는 것도 같다”고.
살아오면서 특별했던 기억은.
“청주교대에 합격해 교사의 길로 접어든 것과 작년 르완다 침뜸 봉사를 다녀왔던 일이다. 하루 13시간을 꼬박 일하면서도 힘든 걸 몰랐다. 나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 이제까지 살면서 제일 열심히 일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혼사를 앞둔 자식을 보내는 대로 르완다나 시에라리온에 일 년간 침뜸 봉사를 갈 계획이다. “에이즈가 만연한 그 곳에 봉사를 간다고 하니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간다고 하더라. 하기야 에이즈에 걸린 사람에게 놓던 침에 찔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침을 놓을 땐 그런 생각이 안 든다며 자비를 들여서 하는 봉사가 기쁘다”며 웃는다. “때꺼리가 없으면 몰라도 자식들 최소한의 돈으로 출가시키고 주변에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고 베풀면서 살아야지, 돈을 꽉 움켜쥐고 한 푼이라도 자식에게 물려준다고 아등바등 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도 인생을 좀 멀리 보고 물질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인간의 가치와 삶의 보람을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김윤중 어르신과 같이 북한산성 역사해설을 한다는 박기준 어르신이 “이분을 보통 사람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자기철학이 확실하고 성품이 올곧다. 가끔은 그게 단점인 경우도 있다”고 하자 김어르신은 “내가 고집이 세서 교장으로 있을 때 교육청에서도 많이 골치 아파했지. 그래도 내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교사가 제일 많았던 걸 보면 내가 잘했다는 거지”라는 응수로 본인의 자랑을 쑥스러운 웃음에 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