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바리스타 한도경 어르신 사업 접은 후 밀려온 우울증 큰 딸 권유한 카페일로 극복

30대에 시작해 60대 후반까지 30년간 제법 큰 규모의 식당을 경영했었다는 어르신은 사업을 접은 후 찾아온 우울감에 힘들었다. “갑자기 할 일 없이 집에만 있다 보니 집안일도 손에 안 잡히고 중요한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고 한다. 엄마를 걱정하던 큰딸은 노인복지관에 다녀 볼 것을 권했고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을 찾은 어르신은 그동안 자식에게도 할 수 없던 이야기를 상담사에게 털어 놓으며 우울감을 많이 덜게 되었다.
상담사의 제안으로 실버 바리스타 일에 주저 없이 뛰어든 어르신의 제일 큰 걱정은 컴퓨터를 다루는 일이었다. 간단한 주문과 계산에 쓰이는 컴퓨터가 두려웠던 어르신에게 “엄마정도면 너끈히 잘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준 이 역시 큰딸이었다고. 어르신은 30년간이나 사업을 해왔던 뚝심으로 “그래. 어디 한번 부딪혀 보자”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고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덕양노인종합복지관에서 관리, 운영하고 있는 카페 아르젠또에는 총 6분의 어르신이 평일 4시간, 주말 3시간을 교대로 일하며 한 달에 25만원 내외의 월급을 받고 있다.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는 때가 좀 힘들다는 어르신은 “수영장을 이용하는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많이 이용하는데 나이 들어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한다”며 그 말에 힘이 솟는다고.
카페 한쪽에 모여 한담을 나누던 박진오(77세)어르신은 “같은 또래가 주문을 받아주니 마음이 편하다. 커피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한도경 어르신은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 일자리를 찾을 때는 무엇보다 적극성과 자신감이 필요한 거 같다”며 주위 친구들도 모두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이 노인 일자리 사업 차별화를 위해 시작한 실버 바리스타 양성 사업인 ‘실버데이’로 2008년 1호점, 2009년 2호점, 2010년 12월 3호점 아르젠또를 오픈해 총15명의 실버 바리스타들이 일을 하고 있다.
커피가격은 한잔에 1300원인 드립커피부터 제일 비싼 3500원 핸드드립까지 저렴하다. 또 수익금중 2%를 적립해 매년 지역사회 내 청소년 교복 지원사업에 후원하고 있다.
최수미 시민기자
goya00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