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600년 기념 고양누리길 걷기축제

북한산·행주산성·문화광장서 모여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고양의 6가지 길 정답게 걸어 

누리길 곳곳을 걸으며 고양 600년의 역사이야기를 읽어본다. 고양 600주년을 기념하는 고양누리길 걷기축제가 지난 13일 1만1000여명의 열화와 같은 참여 속에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북한산에서, 행주산성에서, 일산역에서 각각 6코스로 나뉘어 출발한 시민들은 저마다 고양의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고양 600년 기념 고양누리길 걷기 축제는 고양시가 주최하고 (재)고양시 걷기연맹(회장 유재덕)이 주관했다.
  

북한산 자락의 기를 받으며 걷다
1코스 : 북한산 - 중고개 - 오송산 - 고양고 - 서삼릉 - 화정역
봄햇살이 가득했던 지난 13일, 이른 아침부터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에는 ‘고양 600년 기념 고양 누리길 걷기축제’에 참가한 인파들로 붐볐다. 고양 누리길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1코스에는 최성 고양시장과 아내 백은숙 씨,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고,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의 상세한 해설이 함께 했다.

오솔길을 따라서 북한산온천을 지나 중고개의 오르막을 아침햇살을 가르며 올라섰다. 꽃샘추위로 아직 나뭇가지에 새순은 돋아나지 않았다. 그러나 봄의 전령사가 되는 개나리, 진달래가 수줍게 피어났고, 쑥도 조금씩 땅에서 고개를 쏙 내밀었다.

북한산을 울타리로 하면서 오송산, 삼송역, 서삼릉 누리길까지 참가자들은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고, 최성 시장은 틈틈이 학생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후곡마을에서 새벽 일찍 이곳으로 왔다는 성지윤(문화초) 학생은 “1코스의 의미를 담기 위해 잠을 아껴가며 왔다”고 활짝 웃었다.

엄마 아빠 손잡고 걷는 정겨운 흙길
4코스 : 문화광장 - 백석공원 - 흰돌유적지 - 곡산역 - 영주산
문화광장에서 출발해 백석공원을 지나 곡산역과 영주산을 통과하는 4코스는 전체 길이가 약 10km다. 4코스를 걷기 위해 오전 8시 반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쌀쌀한 아침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4코스 걷기 행렬의 대장을 맡은 전덕종 고양들메길 동호회원은 출발에 앞서 “걷기 대열이 끊어지지 않도록 시속 3km 이하로 천천히 걸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문화광장을 떠난 300여명의 행렬은 곧 일산 도심 속에서 솟구친 정발산으로 향했다. 4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2개의 산이 있는데, 그것은 정발산과 영주산이다. 참가자들이 만난 정발산은 이미 봄을 맞이 하고 있었다. 신도시에 입주한 시민들에겐 ‘동네 산’인 정발산에서 만나는 나무들의 앙상한 가지마다 새순이 돋아오르고 있었다.

 

▲ 이번 고양누리길 걷기축제에는 유난히 가족단위의 참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엄마 아빠 손 잡고 걷는 이날의 길은 축억으로 남을 것이다.


백석공원에서 기다리던 1200여명의 참가자들이 합세하면서 일산병원과 흰돌 유적지를 지나는 행렬은 더욱 길어졌다. 백석동 구름다리에서는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이날 ‘고양누리길 걷기축제’가 여느 걷기 축제와 달라진 점은 유난히 가족 단위로 걷기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부평에서 왔다는 김미라(43세)씨는 남편과 4명의 자녀를 대동한 채 고양누리길 걷기에 참여했다. 김씨는 “우연히 고양에 들렀다가 플래카드를 보고 참가를 결심했다”며 “중학생 된 아들이 있는데 하루종일 공부만 하라고 할 수 없어 자녀 4명이 나들이겸 고양을 한 번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곡역을 지나 영주산으로 향할 때 도심의 아스팔트를 지나 부드러운 흙길 가에 핀 개나리꽃을 구경하며 봄임을 알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쌀쌀했던 아침 아침과는 달리 정오가 가까워지자 수은주가 올라가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참 걷다가 더울 즈음이면 몸을 흔들어대는 나무들 사이로 향기를 품은 바람이 불어왔다. 걷다가 치친 초등학생 딸아이를 업고 걸었던 장호진(37세, 장항동 호수마을)씨는 “아이에게 고양의 길을 오래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힘들어 해서 업고 걷는다”고 말했다.

 

 

▲ 대곡역을 지나 있는 대곡초 교정 한편에 핀 봄꽃을 배경으로 걷는 걷기 행렬들.
 

 

어른과 아이가 삶의 지혜 나누는 길
5코스 : 일산역 - 백마역 - 대정역 - 대장천 벌판 - 화정역
날씨가 유난히 화창해서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기념사진을 찍으며 출발을 기다렸다. 일산 하이병원 물리치료사의 진행에 맞춰 바르게 걷기 스트레칭,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었다.

“고양 600년 걷기 축제 출발~” 구호를 외치고 백마역사를 질서있게 통과했다.
이정자씨(마두동)는 4살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딸 김예인(8세)과 걸었다. “날씨도 너무 좋고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지 몰랐어요.” 이씨는 남편과 함께 오지 못해 아쉬워했다. 야근하고 새벽에 들어온 사람을 차마 데려올 수 없었다고. 인형을 손에 쥐고 걷는 꼬마 아가씨들이 살포시 고개 내민 개나리와 닮았다. 한뫼초등학교 2학년 정채은과 안재희였다. 깔깔 웃음소리가 나서 둘러보니 백신중학교 여학생 세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봉사시간 채우려고 왔어요” “친구랑 걸으며 대화하고 싶어서 왔어요.” 참가이유는 달랐지만 즐거운 표정만 가득했다. “상근이다~” 산황동을 걸을 무렵 앞서가던 어린이들이 개들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길옆 강아지 운동장. 흰 백색 털이 탐스러운 사모예드가 인기를 끌었다.

“고양시가 어떻게 생겼나 보는 거야 여기는 외곽이 아니야 신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지.” 누군가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코스의 특징은 어른들과 학생들의 교감이다.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 아이 네 아이 구분 짓지 않고 아이들을 함께 돌본다’ 는 의미로 여겨진다. 농수로 가장자리를 따라 위태롭게 걸어가는 학생이 있으면 “학생, 올라가지 마. 위험해.”라는 말이 들려왔다. 두터운 점퍼를 입고 와 덥다고 투덜대는 남학생에게는 “다 좋은 것도 다 나쁜 것도 아니란다. 지금은 덥지만 이따가 바람 불면 잘 입고 왔다는 생각이 들 거야” 어른들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지혜를 나눴다.  “여기 무덤들이 특징이 있어. 원뿔 윗부분 깎아놓은 것 같아” 언덕을 지날 무렵, 묘지를 보고 여학생이 하는 말이다. 기발한 생각, 우스꽝스러운 표현에 행렬이 같이 웃었다. 2시간을 함께 걸어 화정역에 12시 무렵 도착했다. 가뿐한 코스였다.

 

▲ 봄햇빛을 받아내는 정겨운 기찻길가에 잠쉬 앉아 쉬는 것도 걷는 여정의 일부다.

 

“이사온 지 1년. 좋은 길 알게 돼 기뻐요”
6코스 : 시청 -배다리누리길 - 위시티 - 대장천 - 화정역
6-1코스 출발지인 위시티 중앙공원은 이른 아침부터 걷기축제에 참가하는 이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단지별로 깃발까지 준비한 위시티 주민들. 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식사동 걷기축제 참가자들도 이곳에서 함께 출발했다. 주먹밥 1만개를 후원한 사과나무 치과병원 김혜성 회장도 6-1코스에 함께했다.

고양신문 이영아 대표와 송도현 걷기연맹 부회장의 간단한 축사와 “아파트 주민분들의 단합과 건강을 기원한다”는 하성용 위시티 4단지 입주자 대표회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위시티 주민들은 현수막과 수건까지 따로 마련할 정도로 이번 걷기축제에 적극적이었다.

출발신호와 함께 700여명의 참가자들의 힘찬 발걸음이 이어졌다. 배다리누리길을 지나 대장천을 거쳐 화정역까지.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참가자들은 고양 누리길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했다.

“우리동네 주변에 이런 좋은길이 있는 줄 몰랐어요” 위시티 3단지에 살고 있다는 박길순 씨는 “이사온 지 1년째인데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너무 좋다”고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옆에 있는 아내는 “우리 단지 주민 중에 한명이 이 길을 걸으면서 허리가 싹 나았다더라”고 거들었다. 얼굴마다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표정은 다들 밝아보였다. 걷기축제가 아니었으면 언제 이런 아름다운 누리길을 걸어볼 수 있었을까.

좁은 산길을 올라가기를 30여분. 시청에서 출발한 인원들과 합류하면서 발걸음도 더 빨라졌다. 슬슬 허기가 지는 시점인지 미리 받은 주먹밥과 우유도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함께 걷는 친구와 가족들과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목적지인 화정역 광장이 시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 고양누리길 참가자들이 6개 코스 출발지에서 담아온 흙을 담은 화분에 나무를 심어 고양시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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