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가정 아이 대상 ‘사랑의 교실’ 뒤처진 학업 1년 후 오히려 두각 가르친 이도 소외된 이웃에 관심
불우가정 아이 대상 ‘사랑의 교실’
뒤처진 학업 1년 후 오히려 두각
가르친 이도 소외된 이웃에 관심

지난달 24일 탄현동 주민센터 2층에 공부를 하던 초등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부르는 목소리는 애가 탄다. 한쪽에선 어리광 부리는 저학년 아이들의 모습도 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열리는 ‘사랑의 교실’ 풍경이다. ‘사랑의 교실’은 일산서구청이 저소득층, 다문화,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소속 공익근무 요원들을 동 주민센터의 강사로 파견해 학습지도를 하는 사업이다.
2005년에 시작된 ‘사랑의 교실’은 저소득층이 많은 탄현동과 주엽2동, 일산2동 등 3곳에서 운영된다. 2명의 공익요원들이 한조를 이뤄 2월초 신청을 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번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아이들은 일년에 2번 소풍도 간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인 만큼 강사의 선발 기준도 까다롭다. 주로 상위권 대학 출신이 일을 맡는다고 한다. 작년 3월부터 이곳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임성호(23세)씨는 서강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고 임씨와 함께 아이들을 지도하는 최준호(27세)씨는 중국 칭화대 경제금융학과를 졸업했다.
임씨는 “대학을 다니며 고등학생 과외지도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어 처음엔 초등학생 지도하는 일쯤은 굉장히 쉬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장난치며 막무가내인 아이들을 통제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그렇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동안 정이 들면서 아이들이 이젠 잘 따르며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했다.
임씨가 처음 아이들을 맡았던 때는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 교과 과정을 한 학기 정도 놓친 상태였다고 한다. 일 년 넘게 지도한 지금은 학교 수업시간에 오히려 두각을 나타낼 정도가 됐다고 한다.
이곳에서 2년째 공부를 하고 있는 허진아(가명·초6) 학생은 “이 곳에 처음 올 때는 수학과 영어 성적이 반에서 중간정도였지만 지금은 모두 상위권이다. 특히 수학은 우리반에서 내가 제일 잘한다”고 말했다.
1999년 후곡마을로 이사와 살고 있다는 임씨는 ‘사랑의 교실’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임씨는 “용인외고를 다니며 학비를 대주시는 부모님을 가진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며 “빌라 꼭대기 좁은 다락방에 살고 있는 아이의 집을 가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임씨는 내면의 변화를 겪으며 생전 처음 밀알 복지재단에 기부도 하게 됐다고 한다.
자신이 받는 적은 월급을 늘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 간식비로 충당하고 있다는 임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오는 학부모의 문자는 큰 감동이 된다고 한다. 임씨는 “돌아보면 그동안 대가없는 일을 해본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고마운 존재가 된다는 것이 이렇게 큰 기쁨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임씨로부터 공부를 배우는 김미경(가명·초6) 학생은 “선생님이 잘 생기진 않았지만 무척 친절하다. 설명을 쉽게 잘 해주는 덕분에 내가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 간식도 많이 사준다”며 웃었다.
제대를 한 후에도 아이들 안부가 궁금해 질 것 같다는 임씨는 “내가 사는 곳에서 철길 하나를 건너면 있는 다른 세상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을 생각” 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