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 연습공간 직접 마련 일산병원 인근 ‘향음홀’ 70대도 참여, CD발매 까지
애호가 연습공간 직접 마련
일산병원 인근 ‘향음홀’
70대도 참여, CD발매 까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박목월 시, 김순애 곡 ‘사월의 노래’ 일부다. 초 단위까지 쪼개가며 사는 일상엔 목련꽃 아래에서 편지를 쓸 시간도 읽을 시간도 없다.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 부는 모습은 그림으로나 만날 수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내세우는 세상에서 감성은 나도 모르게 점차 풍화되어 간다.
지난달 16일 백석역 일산병원 근처 향음홀 가곡교실에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교과서 속에 박제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가곡을 부르며 생명을 불어 넣고 있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계절의 순환에 대한 경탄, 사랑, 그리움, 안타까움이 담긴 가곡들은 돌처럼 굳었던 감성에 균열을 만들고 잊고 지내던 정서를 불러낸다고 한다.
향음홀은 고양가곡협회 김호동(58세) 대표가 2010년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2003년 홈페이지를 만들어 가곡사랑 동호회를 시작했다. 회원들과 가곡 감상을 위해 모일 장소가 없어 여러 홀을 전전했다. 이런 번거로움이 싫어 직접 홀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향음홀의 유지비용은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마련한다. 여러 곳을 옮겨 다니던 때와 비교해 비용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가곡교실모임은 2년 전 백석주민자치센터 강좌로도 등록되어 보다 많은 이들이 보다 저렴하게 가곡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동호회원은 40에서 70대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40대 중반이 되니 나는 누군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일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나를 만든 토양이 된 우리문화에 관심이 갔다. 우리의 정서가 잘 살아있는 시로 만든 가곡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가 진행하는 가곡교실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신작가곡들이 많다. 어지간한 성악가나 교수들보다 내가 가곡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 한다”며 “가곡을 만드는 작곡가나 시인들에게는 내가 소개 창구가 되고 있다”고 했다.
가곡감상모임 초기부터 김 대표와 함께했다는 이춘희(72세) 어르신은 “예전부터 가곡 부르는 걸 좋아했다. 처음엔 감상모임만 나가다 작년부터 성악 전공자에게 정식으로 배워 직접 불러 보니 좋다”고 말했다. 동호회 초기 멤버인 윤혜원(70세) 어르신은 “스스로 음치라고 생각해 가곡을 부른다는 건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도 가곡을 사랑하는 마음에 해보기로 결심했다”며 “직접 불러보니 가사가 품고 있는 서정성에 자꾸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윤혜원 어르신은 이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오는 우울증이 가곡을 부르는 동안 몸 밖으로 토해지며 정화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전문 강사의 지도로 호흡법과 자세 등을 배우며 연습을 하고 있다. 가곡을 부르기 위한 공간이었던 향음홀은 이제 클래식과 영화 감상 공간으로 활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아마추어 성악가 모임인 가곡 애인 앙상블은 3번째 CD까지 제작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향음홀에서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
| 요일 | 프로그램 | 시간(오후) | 회비 | 비고 |
| 월 | 성인동요교실 | 1시 ~ 2시 | 6만원(3개월) | 가곡부르기를 어렵게 느끼는 초보자를 위한 프로그램 |
| 클래식감상모임 | 2시 30분 ~ 4시 30분 | 월 3만원 | CD, DVD 감상 | |
| 화 | 가곡교실 | 3시 ~ 4시 30분 | 6만원(3개월) | 전문강사를 초빙해 우리가곡 배우기 |
| 목 | 영화감상모임 | 2시 30분 ~ 5시 30분 | 월 5만원 | 영화평론가 신광순박사에게 듣는 영화이야기 |
| 금 | 가곡애인앙상블 | 7시 ~ 9시 | 월 5만원 | 아마추어 성악가들을 위한 모임 |
홈페이지 www.gagok.co.kr
문의 903-10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