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부인과’ 왕초보 아빠 체험기 ① 출산 전과정&모유수유

▲ (왼쪽) 출산후 1시간 이내 엄마는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아기와 교감의 시간을 갇는다. 엄마의 가슴에 밀착된 아기는 익숙한 엄마의 심장소리를 듣자마자 울음을 그친다. 이 모든 것이 인권에 바탕에 둔 동원산부인과의 배려다. (오른쪽) 3.14kg, 49cm의 갓 태어난 신생아. 울음을 그친 평온한 표정의 아기는 엄마와의 충분한 교감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인권분만’의 시작과 끝은 엄마와 아가에 대한 배려  
한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중요한 과정인 분만에 '인권'이라는 개념은 당연히 부여되어야 한다. 그런데 산모와 아기에게 어떻게 인권을 부여할지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을 하는 병원은 흔하지 않다. 그리고 국내에서 인권분만의 역사는 그리 길지도 않다.

그 와중에 동원산부인과가 분만에 인권이라는 개념을 부여하고 실천하는 병원이라는 말이 우리 부부의 귀에 들어온 것은 행운이었다. 3번의 유산 경험을 가진 우리 부부는 이번 임신도 전치태반이라서, 사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태반이 자궁경부에 근접해 있는 상태인 전치태반은 제왕절개 수술시 출혈이 과다할 수 있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큰 병원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김상현 동원산부인과 원장은 “전치태반이기는 하지만 완전 전치태반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없다”면서 아내를 안심시켰다.

수술전 기도·조명 밝기까지 세심한 배려
수술 당일 아내에게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제왕절개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수술을 위해 전날 저녁을 못 먹었을 뿐만 아니라 새벽 4시경에야 잠시 눈을 붙이고 아침 6시 반에 병원으로 향한 아내는 초조함을 애써 감추려 했다. 

수술 시간이 다가오자 다른 부부들처럼 우리부부도 새 생명을 가진다는 설레임, 행여 잘못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뒤엉키며 두 사람 모두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할 때, 힘이 되어 준 것은 동원산부인과 측의 배려였다. 조금 놀랐던 것은 남편인 나도 수술이 이뤄지는 동안 분만실에서 아내와 함께 했다는 점이다. 남편과 함께 있게 함으로써 아내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한 조치였다.

분만실의 조명 밝기는 낮았다. 어두침침한 환경에 익숙한 아기에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병원측의 배려였다.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태아의 시력을 보호하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 아기의 형태만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어둡게 했다.

제왕절개수술 바로 직전 김상현 원장이 눈을 감고 기도문을 읊고 다른 수술진들도 기도에 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살면서 그렇게 기도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 때의 기도만큼 기대고 싶은 기도도 없었다. 

신생아와의 충분한 교감의 시간 줘 
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혹은 수술 과정에서 수술진들 사이에 오가는 말소리는 잘 훈련된 듯이 조용했다. 가까이 있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는 수술 시간 동안 지속됐다. 이는 아기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태아의 감각중 가장 발달한 감각이 청각이기 때문에 아기에게 자궁문을 나서는 순간 들리는 대부분의 소리는 천동소리처럼 들린다. 그동안 엄마의 심장소리, 장의 운동소리, 혹은 태교시 들었던 음악에 익숙한 아기에게는 그 외의 소리는 모두 소음이었을 것이다.

3.14kg, 49cm의 생명체가 태어난 순간, 그리고 탄생을 알리는 첫 울림소리가 들리는 순간, 거의 동시에 아내는 흐느꼈다. 물론 아빠가 된 순간 나도 기쁨과 놀라움과 애잔함과 다행스럼움이 뒤범벅된 기분을 느꼈다. 분명한 것은 그 기분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어떤 자각이었다. ‘남자인 나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구나. 몸 속에 아기집이 생성된 순간부터 3.14kg로 자라는 10달 동안, 엄마와 태아 사이의 교감했을 영역 바깥에 나는 있었구나. 그동안 교감했을 어떤 정서를 모성애라 부른다면, 나는 도저히 그 모성애를 따라갈 수 없겠구나’라는 자각을 아내의 흐느낌 속에서 느꼈다.

배려의 바탕에는 ‘인권’이라는 철학 깔려  
내가 직접 탯줄을 자르고 나자 아기는 수술진의 손에 의해 따로 마련한 욕조에 ‘놀게’ 됐다. 수술진들은 아기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내게 주문했다. 아기에게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주게 함으로써 엄마가 아닌 아빠에게도 이 세상에서의 첫 교감을 갖는 시간을 준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동원산부인과측의 섬세한 배려였고 그 배려의 바탕에는 ‘인권’이라는 철학이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아기에게 ‘와줘서 고맙다’는 말만 되뇌었다. 수술 후 회복실로 들어간 아내가 다시 아기를 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시간이 지났을까, 수술 후 모습과 다르게 한 번 씻겨진 아기는 엄마를 만났음에도 조그만 자극에도 울음을 터트렸고, 그 울음은 집요하고 대책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간호사가 아기를 조심스레 엄마의 가슴에 올려놓자, 아기는 얼굴을 엄마의 가슴에 최대한 밀착한 채 울음을 그치고 고요해지는 것이었다. 10달 동안 들어왔던 엄마의 심장소리가 가지는 힘이었다. 나는 또 한 번 두 사람이 가지는 교감의 바깥에 있었다.

김상현 원장은 “엄마와 아기의 밀착은 장차 자라날 아기에게 결정적으로 선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인권분만은 태어날 때부터 아기에게 사랑을 심어줌으로써 아기가 커 나가면서 사랑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라고 말했다.

동원산부인과의 인권분만 철학은 분만 후 ‘모자동실’ 운영과 모유수유 권장에서도 보여진다. 아기가 원할 때마다 모유를 수유할 수 있는 ‘모자동실’은 엄마와 아기가 한방에서 지내게 해 자연스러운 모자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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