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말하는 딸 키운 영어에 ‘무식한’ 엄마

미대를 졸업한 미술선생이 영어책을 만들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아이가 영어로 “좔좔 떠들도록 만드는 방법”을 귀뜸하는 책.
이 책을 지은 이남수(39)씨는 홍대 미대를 졸업하고 울산에서 오랫동안 미술학원을 경영했다. 현재 이남수씨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장이다.
영어에는 “무식했다(?)”는 이남수씨가 영어교육법 도사가 된 사연을 들어보자.

딸 솔빛이의 영어교육이 시작되는 4학년 즈음, 영어에 대한 무지 때문에 느꼈던 지난 시절의 답답함을 대물림하기 싫어서 학원도 보내보고, 학습지도 시켜봤다. 그러나 이남수씨가 배우던 영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닥치는 대로 영어 학습책과 교육관련 책들을 뒤졌다.” 결론은 “우리 말 배우듯이 자연스럽게!”

많이 보고, 듣게 했다. 솔빛이가 좋아하는 텔레비전에 영어 영화 비디오를 넣고 하루 3시간씩. 물론 자막은 가렸다. 9개월쯤 지난 어느 날 ‘연따말’을 시작했다. ‘연따말’의 뜻은 아직 알지 못해도 듣는 영어를 줄줄이 따라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남수씨의 신조어. 그리고는 일사천리였다. 일년을 좀 넘기자 영어로 꿈꾸고, 영어로 수다 떨더니 여기 저기 철자가 틀리고 문법이 맞지 않지만 일기도 영어로 쓰기 시작했다.
지금 솔빛이는 “뛰어나지는 않지만 꽤 영어 잘하는 중학생”. 이남수씨 집안의 CNN 통역사다. 물론 영어가 자기 나라 말인 사람과 이야기쯤이야….

이남숙씨는 “솔빛이 결과만 보고 수다 많은 내가 떠벌려서 학원 다니는 아이들을 죄다 뜯어 말렸다”. 그러나 모두 솔빛이와 같은 성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아이가 가진 감각능력, 우리 말 실력(?)도 고려 대상이다. 아이와의 허심탄회한 대화 뒤의 합의도 필수. 엄마가 무조건 당기는 교육은 허사다.

이남숙씨의 떠벌림(?)이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www.jamsune.com)’이라는 사이트에도 이어졌다. 폭발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일약 ‘인터넷에서 뜬 스타’가 된다. 코엑스에서 멋진 강연회까지. 여기저기서 출판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과열된 영어 시장에 내가 휘발유를 뿌려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솔빛이가 여기저기 휘돌리지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성공담을 그저 접기에는 이남수씨의 수다(?)도 교육운동가의 양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고심해서 출판사를 골랐다”.

책을 내면서도 이남수씨는 염려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라. 욕심보다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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