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송산중 ‘4-H회 호미걸이 풍물반’ 20명 학생들의 연주는 흥겨웠다. 꽹과리·징·북·장구·제금이 어우러져 내는 소리의 응집력은 이들 학생의 친밀감에서 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 꽹과리·징·북·장구·제금이 쥐어져 있었다. 20명의 중학생들은 점점 연주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흥겨운 어깨는 가락을 타고 들썩였다. 점점 빨라지던 연주는 휘몰아쳐 대단원의 클라이맥스에 이르렀다. 우렁찬 풍물소리가 머리와 가슴을 두들기자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인 지난 1일 고양송산중학교 ‘4H회 호미걸이 풍물반’ 학생들이 다음날 열릴 경기도청소년종합예술제에 출전하기 위한 고양시 예선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고양송산중학교 ‘4H회 호미걸이 풍물반’은 고양시 학생예능 경연대회에서 앉은반 부문 최우수상과 경기도청소년종합예술제 장려상을 해마다 쓸어왔었다. 자연스레 이번 대회에도 자신감이 커보였다.

2007년 창단했으니 역사가 오래된 것도 아니다. 반장과 이재관학생을 빼고는 모두 1학년들이어서 연습량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수한 성적을 내는 데는 분명 비결이 있을 것 같았다. 절반이상의 학생이 송포초등학교 호미걸이 풍물단 출신이어서 실력파 학생들이 다수 차지한다는 특이사항이 있었다. 하지만 그 뿐만은 아니었다.

고양송산중 풍물반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맡은 악기의 역할에 대해 자부심이 강했다.

이상희는 송포초 3학년 때 장구, 5학년 때 꽹과리를 하다 6학년 때부터 상쇠를 맡아 현재 고양송산중 풍물반 상쇠가 됐다.

"상쇠는 전체를 리드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있지만 다 같이 맞춰서 할 수 있게 호흡이라든가 속도 맞추는 걸 신경 써야 해요."

임수현은 장구의 매력을 "장단이 빠르고 기술이 많이 들어가서 좋아요. 소리도 맑고요"라고 했다. 김세진은 "북은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 같은 역할"이라며 ‘기합소리 넣는 것이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짱짱한 실력과 함께 반 분위기도 밝고 유쾌했다. 누가 칭찬을 많이 받느냐는 질문에 여기저기서 "은수요"했다. 이어 "은수는 천사에요" "악기도 잘 다루고 진짜 성실해요"라며 한 목소리로 친구를 추어올렸다.

"징이 쉽다고 해서 제금하다 바꿨는데 전혀 안 쉬워요" 유은진이 볼멘소리로 말하자 모두 까르르 웃었다.

학생들은 올 봄, 악기를 들고 고봉동 모내기 현장에 다녀왔다. 손 모내기도 해보고 무엇보다 농사일의 수고를 덜고 흥을 돋우는 풍물 고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날에 대한 질문을 하자 여기저기서 솔직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앉아서 할 때랑 완전 달라요."

"징이 무거웠어요."

"앉아서 연주하다 서서 하려니까 발 스텝도 헷갈리고 어려웠어요."

지렁이가 있을까 두려웠고 장시간 차가운 논물에 발을 담그고 일을 해서 ‘추웠다’라고도 했다. 갖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날 체험은 학생들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은 듯하다.

"제가 졸업하고 나서도 후배들이 쭉 잘했으면 좋겠어요." 반장 김솔(3학년)이 아쉬운 듯 형다운 말을 하자 한명이 그만의 ‘통솔법’이 있다고 귀띔했다. "늦게 오거나 불참할 때 솔 오빠가 한명씩 레스링해요. 이기고는 다짐을 받아내요" 반원들은 그런 반장을 좋아하는 눈치다.

강사의 역할도 커보였다. 우영란 강사는 풍물반 학생들을 두고 "친 자식같다"라는 표현을 했다. 우 강사는 송포초등학생때 부터 지도를 해왔으니 남다른 애정이 있다. 송포초 출신이 아닌 초보학생들에게도 틈틈이 개인지도를 하며 열심이었다.

우 강사는 "우리 전통음악은 흥과 신명의 소리잖아요. 학생들이 고양의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램과 함께 "풍물반도 하나의 조그만 사회여서 학생들은 악기이외에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며칠 뒤 고양송산중 호미걸이 풍물반이 경기도청소년종합예술제 고양시 예선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