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여름휴가 테마:BOOK

휴가라고 어디론가 떠나야만 맛인가. 잔뜩 조이기만 하던 일상을 느슨하게 풀어헤칠 수 있다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 고양시는 파주출판단지, 헤이리가 가까워 발품만 조금 팔아도 책과 문화예술 향기에 젖어 하루를 머물 수 있다. 사유와 성찰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하룻밤 묵을 공간도 있다.

다양한 삶을 만나는 하룻밤 모티프원

 “하룻밤, 그 짧은 인연으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죠.”

25년 동안 잡지기자, 여행가로 살아온 이안수 씨가 헤이리마을 ‘모티프원’의 주인장으로 명함을 바꾼 이유는 그 ‘하룻밤의 매력’에 빠져서다. 여행이란 게 그렇다. 낮에 하나라도 더 보려고 발을 동동거리다 보면 밤엔 녹초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그의 여행은 달랐다. 풍광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었다. 밤을 지새우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은 그의 인생에 값진 재산이 됐다. 지금 그는 모티프원을 찾는 이들에게 그가 누렸던 특별한 하룻밤을 선사한다. 서재에 모여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이곳에선 흔한 풍경이다. 그는 사람마다의 삶을 ‘리빙북’이라고 표현한다. 다른 사람의 리빙북을 서로서로 ‘읽는’ 게 독서만큼이나 중요하단다. 이제 숙박이 목적이 아니라, 그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찾는 손님도 많다. 이야기 주제는 정해진 게 없다. ‘모티프원(motif#1)’이라는 이름처럼 저마다 ‘삶의 화두로 삼을 한 가지’를 찾아갔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2006년 문을 연 모티프원에 이제껏 머물다 간 이들은 1만6000여 명. 15번이나 묵은 손님도 있다. 투숙객들이 남긴 방명록만 수십 권에 이른다. 외국 유명잡지와 각종 매체에 소개된 까닭에 투숙객 중 상당수는 외국인이다. 전 세계 독립여행가들에겐 한국에서 꼭 들러봐야 할 명소로 통한다.

모티프원의 자랑거리 중 또 하나는 TV가 없는 객실과 서재다. 인문, 여행, 철학, 요리 등 여러 분야 1만2000여 권의 책이 책꽂이에 빼곡하다. 객실은 모두 5개(2인실 4개, 4인실 1개). 객실마다 넓은 창밖으로 쭉쭉 뻗은 자작나무와 느티나무, 능소화가 보인다.
숙박료 2인실 주중 12만원, 주말 14만원 / 4인실 주중 20만원, 주말 25만원.             
위치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8-26 
문의 031-949-0901

작가와 한 방에 머물다 지지향 紙之鄕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의 지지향

 파주출판단지 내 유일한 숙박시설이다. 이곳 로비에 들어서면 12칸 높이의 기다란 기둥 모양의 책장이 먼저 눈에 띈다. 책장에 꽂힌 책은 300여 권. 로비에는 책장과 곳곳에 소파만 놓여 있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소파에 편하게 앉아 읽으면 된다. 출판단지 숙소다운 모습이다.

로비에는 그 흔한 TV가 없다. 79개 객실(2~5층)에도 TV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객실 안팎엔 책이 가득하다. 복도는 물론 객실 안에도 읽을거리가 지천이다. 평소 ‘책이 고팠던 이’라면 원없이 읽고 또 읽을 수 있다. 지지향이 보유한 책은 5000여 권. 100여 개 출판사로부터 기증받은 것들이다. 로비나 자신의 객실에 없는 책이라도 소장 목록에 있다면 투숙하는 동안 무료로 대여할 수도 있다.

5층에는 특정 작가의 책들로만 꾸민 ‘작가의 방’도 있다. 박경리, 함석헌, 박완서, 김훈, 조정래, 김홍신 등 한국 문학과 사상을 드높인 작가·사상가들의 이름이 붙은 객실이다. 작가 소개글, 사진, 유품뿐 아니라 친필원고도 객실 안에 있어 작가와 하룻밤을 보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숙박료 방 크기, 성수기 여부에 상관없이 12만원. 
위치 파주시 문발동 524-3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문의 031-955-0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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