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로부터 구입한 농산물로 회원들이 함께 반찬 만들어 팔아 공동소득 나누고 일부 이웃에 환원

잔치라도 벌어진 것일까. 밥을 부르는 반찬 냄새, 고소한 부침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아낙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여름 아침 너른 들판으로 퍼져나갔다.
지난 4일, 일산서구 구산동 1493번지 이채순(56세) 회장집 마당에 송포농협(조합장 이재영) ‘농가 주부들의 모임(이하 농가주모)’ 회원 30여명이 모였다. 깻잎반찬·양파 오이피클을 담그기 위해서였다. 농사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이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공동작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른 아침부터 재료를 다듬고 씻고 양념장을 준비했다. 한쪽에서는 간식으로 낼 부침개를 부치고 있었다. 오전 10시 무렵 깻잎반찬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 깻잎에 양념장을 바르기 무섭게 400그램씩 저울에 달아 포장했다. ‘누구네 고추농사가 잘됐다’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도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깻잎에 양념을 두둑이 넣어줘요.” “어머, 깻잎이 날로 예뻐지네.” 이 회장은 추임새 넣어가며 회원들을 북돋웠다. 포장된 반찬이 금세 커다란 바구니에 한가득 쌓였다.
농가주모 이날 행사의 취지는 공동작업으로 공동소득을 마련하는 데 있다. 농가주모에서는 회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한 뒤 공동으로 반찬만들기를 하고 이것을 되팔아 수익을 낸다. 가을에 만드는 유자차도 마찬가지다.
공동소득사업으로 마련한 수익금의 일부는 지역 내 소외계층과 나눈다. 회원집 농작물을 팔아주고, 반찬을 만들어 수익을 내고, 그 수익금을 다시 이웃과 나누니 1석 3조다.
농가주모 활동의 특이 사항은 자체조달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판로걱정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농가에서 고구마 수확량이 많더라도 된장을 많이 담갔더라도 농가주모에서 구입해서 회원들에게 되파는 방법으로 자체소비하고 있다는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믿고 거래하기 때문에 가격도 부르지 않아요 회원들끼리는 밭도 오가는 사이여서 농약을 쳤는지 걱정할 필요도 없구요 “ 이채순 회장의 말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오래 앉아 일하다 보니 다리 감각도 없어지고 허리도 아프네요. 이럴 때 필요한 약이 있어요. 바로 막걸리!”
안보영(구산동 54세)씨의 너스레에 일하던 이들의 웃음이 터졌다.
“힘드신데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 ”
때마침 최영원 송포농협 지도상무가 격려차 방문했다. 농가주모는 건배 제의도 독특했다. ‘해마다 당당하게 화려하게’라는 뜻으로 “해당화”라고 했다.
이날 만든 반찬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회원들이 소비할 수 있는 양만큼만 장만해 알음알음으로 팔거나 형제·자매·딸·아들과 나누기 때문이다. 농가주모는 수확철에 깻잎 따기·고추 따기 등 농가 일손돕기도 하고 있다. 가을 일손돕기도 5~6년째 계속 해오고 있다. 일손돕기는 농가에 폐가 되지 않도록 점심대접이나 일당을 받지 않고 조건 없이 돕는다고 한다. 이명숙 송포농협 복지과장은 “공동작업을 하며 뿌듯함을 많이 느껴요”라며 “회원들 간의 친목은 저절로 돈독해진다”고 전했다. 농가주모 회원은 모두 42명으로 50대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송포동·대화동·가좌동·구산동 골고루 분포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