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로멘토 SVA 사진전공 후 긴 여백 딛고 예일대 진학 준비하는 김지원 씨

▲ 예일대 진학 준비중인 지원(32세) 씨에게 또 하나의 선물이 왔다. 뉴욕 국제사진대회 대상 수상 소식을 담은 이메일 이었다. 2년 여의 공백이 힘들었지만, 몸과 마음의 보약이었나보다. 생각도 작품도 깊고 아름다워졌다.

이번호부터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줄 ‘나의 진로멘토’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모든 입시들이 진로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지만, 진로문제는 아직 막막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꿈을 찾아야 할까요. 마이고양은 우선 젊은 멘토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인터뷰가 선배에게 후배에게 서로 힘과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화가를 꿈꾸며 화실에 다녔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진로를 고민할 때, 방송국 프로듀서인 삼촌의 영향을 받아 신문방송학과로 진로를 바꿨다. PD가 되고 싶었다. 숙명여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학과 수업 중 사진 보도 공부를 하다 좀 더 깊이 배우고 싶어 미술대학 사진 강의를 신청했다. 사진을 찍고,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작업을 접했는데 너무 매력적이었다. 사진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사진 학원에 등록했고, 암실에서 밤을 새우는 날도 많았다.
전공이 아니라 전공을 위해 곁들여 배우던 사진에 푹 빠져 버렸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유명 작가의 보조작업자 공모에 도전했다. 운 좋게 동경하던 작가와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주로 광고사진 작업을 보조했다. 사진뿐만 아니라 사진 작업과 관련된 소품작업부터 사진 교정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온 몸으로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 더 창작의 자유가 보장된 작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미국 대학에서 사진을 다시 배워보자고 결심했고, 바로 유학 준비에 들어갔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는 어느 정도 공부를 해두었기 때문에 유학 준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학교는 미국 내에서도 예술분야 전문 교육이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로 정했다. 이왕 미국에서 공부할 거면, 뉴욕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숙명여대 사진전공 교수님이 추천서도 써주시고, 포트폴리오 만드는데도 도움을 줬다.
포트폴리오의 테마는 ‘나’ 였다. 엄마가 정성스레 보관해둔 배냇저고리와 작은 돌을 건지는 태몽, 그리고 엄마와 아빠를 사진에 담아 ‘나’를 표현했다. 1학년 입학이라도 원했는데, 3학년 편입을 허가했다. 포트폴리오가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SVA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우수한 시설과 장비 교수진을 갖춘 학교다. 이곳 학생들은 자신을 학생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작가라고 소개한다. 학교는 학생이 아니라 작가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조성해준다.
졸업 작품을 만들 때는 디자이너를 한 명씩 연결시켜주기도 하는데, 졸업전시회는 매년 큰 화제가 된다. 지원씨는 졸업을 하면서 동시에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리란 기대를 품었지만, 고난이 밀려왔다. 3학기를 다니는 동안 3번이나 쓰러졌다.
처음엔 연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작업으로 인한 과로라고 여겼다. 여러 번 예고 없이 쓰러지는 일이 번복되자 병원에 갔다. 디스크도 생겨 무리한 작업을 하기 어려웠다. 주치의는 정밀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선천적으로, 무리하게 일하면 몸이 버티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라도 일정기간 작업에 몰두하긴 어려웠다. 한국에 2년 넘게 머물며 사진 작업을 계속 했지만,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때마다 상실감이 밀려왔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지난 해 다시 미국으로 진출하는 계획을 세웠다.
일단 예일대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미국에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하고 싶었다. 예일대 입학 포트폴리오의 테마는 ‘마더걸’. 엄마가 딸이 되고, 딸이 엄마가 되어보는, 여성으로서의 과거와 미래를 돌아보는 작업이었다. 10명의 친구와 10명의 엄마가 훌륭한 모델이 되어 주었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20대의 ‘나’로 돌아간 엄마들은 울기도 하셨다. 엄마속에 감춰진,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으로서의 ‘나’를 확인하는 순간이 카메라에 담겼다. 예일대 서류전형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또 어려움이 닥치겠지만, 큰 두려움은 없다.

▲ "Women in the White Gown" 젊은 여성작가 김지원 씨가 뉴욕 국제사진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오는 9월 13일부터 세계적인 사진 조직이 운영하는 Aperture Gallery에서 개인전도 갖는다. 사진은 김지원씨의 수상작 중 메인 작품이다. 여의사의 흰가운을 모티브로 일과 여성성을 동시에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9명의 여의사를 실제 모델로 담았다.

지원 씨는 지난 달 예일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뉴욕 국제사진대회에 도전했다. 사진부문 대상을 받아 뉴욕 전시회도 갖게 된다. 오랜 기다림이 깊이로 영글었나보다. 그녀는 힘들어도 진정성을 담아내면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온다고 믿고 있다. 고집 있는 아날로그 사진작가 사라문이 그녀의 멘토이다. 한국의 이름을 빛내는 작가로 그녀와 다시 마주앉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그 때 다시 인터뷰를 부탁해봐야겠다.

창의력 중시하는 미국대학 합격의 원동력은
사진을 전공하는 지원씨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창의력이다. 예술분야 미국 최고의 학교인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와 예일대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었던 힘은 포트폴리오. 탁월한 기획력과 창의력,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수준급 작품이었다.
지원씨의 창의력은 어디서 카워졌을까.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함께 한 놀이가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엄마 김정숙 씨는 인형과 인형옷을 그리고 오려서 하는 종이인형놀이를 자주했고, 전래동화 등 동화책을 꾸준히 읽어줬다. 아빠는 무슨 일이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봉사활동을 따라 다녔던 것도 생각을 키우는 좋은 계기가 됐다. 엄마가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어린 그녀는 책상 밑에 들어가 엄마의 동화를 상상속으로 그리곤 했다고 한다.

 

김지원 작가의 멘토링 강좌

사진 혹은 예술분야로 미국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개강좌가 열립니다. 사진과 예술에 대한 꿈과 열정부터 전공 선택하기, 미국 대학 진학하기 까지 개괄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일시 : 8월 9일 금요일 오후 7시
장소 : 식사동 위시티 북카페 ‘기린의 뜰’
문의 : 031-968-8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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