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옛고을’서 소외 독거어르신에 격주로 점심 제공, 도시락도 배달 25명 봉사자, 후원회원 108명

▲ 4명으로 시작해 25명으로 늘어난 ‘봉우리 봉사자’들이 마련한 점심을 먹고 있는 독거어르신. ‘봉우리 봉사회’는 몸이 불편해 식당을 찾을 수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 도시락을 직접 배달하기도 한다

지난 1일,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고양시청 인근의 식당 ‘옛고을’에는 붐비는 사람들로 소란스러워졌다. 일요일인 탓에 주변 상점과 식당들이 문을 닫아 조용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식당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주로 허리가 구부정하거나 지팡이에 의지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이날은 ‘옛고을’에서 어르신들에게 무료 급식을 대접하는 날이다. 메뉴는 고소한 콩국수와 후식으로는 요구르트도 제공된다.

테이블 사이를 돌며 ‘한그릇 더하시라’, ‘많이 드시고 건강하시라’는 자원봉사자들의 관심과 배려는 어르신들에겐 소화 잘되게 하는 보약이다.

식당 주인인 안남선(58세·여)씨가 주교동·성사동 일대의 독거노인들에게 격주로 점심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4월. 처음 안남선씨와 뜻을 같이해 봉사를 시작했던 이는 모두 4명이었다고 한다. 이들이 하는 봉사는 지금 ‘봉우리 봉사회(회장 소용길)’라는 이름으로 25명의 봉사자와 108명의 후원회원이 활동할 만큼 성장했다.

식당에서 무료급식 봉사만 해오던 이들은 몸이 불편해 식당을 찾을 수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 올해 3월부터는 직접 밑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도시락 서비스도 시작했다고 한다. 새벽부터 자원 봉사자들의 분주한 손을 거쳐 나온 신선한 반찬들은 따뜻한 마음이 되어 혼자 기거하는 거동이 불편한 25분의 어르신들에게 격주로 배달된다.

특히 일요일은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는 많은 단체들이 쉬는 날이라 어르신들은 봉우리 봉사회의 배달 봉사자들을 더욱 반갑게 맞이한다고 한다. 이날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라는 명노정(43세)씨는 “스스로도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반가워하시며 차를 대접해주겠다는 걸 애써 마다하지만 말로 다할 수 없는 정이 느껴진다. 아직은 젊어서 남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봉사회가 보살피는 어르신들은 주로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에서 소외된 독거 어르신들이다.

주교동으로 이사와 이곳을 찾게 되었다는 이순덕(90세) 어르신은 식사보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게 더 좋은 눈치다. “이곳에 와서 사람들하고 얘기도 하고 밥도 먹으니 좋다”며 나이에 비해 한참 밑으로 보이는 외모에 대해 주위 분들과 이야기꽃을 피우셨다.

1년 넘게 이곳에 오고 있다는 김옥래(76세) 어르신은 “여름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국수를 삶는 봉사자 분들을 보면 고생이 많아 보인다. 또 무료급식 전날에는 노인들이 모인 곳으로 찾아와 꼭 오라고 알려준다. 여기 올 땐 이들이 너무 고마워 막걸리라도 사오려고 한다”며 “나도 식사 해결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이곳을 많이 알린다. 오늘도 한분을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식당의 음식에 대해 김 어르신은 “정갈하고 노인네들 먹기 좋으라고 때마다 종류를 바꿔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체를 이끌고 있는 소용길 회장은 봉사의 계기에 대해 “30년 카톨릭 신앙생활의 영향으로 사랑과 나눔에 대한 실천으로 봉사를 결심하게 되었다”며 “봉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어르신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회원들의 후원회비로만 감당하기에는 운영의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봉우리 봉사회는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경기도청에 정식단체로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앞으로 소년소녀 가장돕기, 어르신들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사업등 활동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한다.

봉우리 봉사회 http://naver.com/bwl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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