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그리고 싶은 것’ 감독한 권효씨

▲ 지난달 30일 고양어울림극장에서 상영된 ‘그리고 싶은 것’의 권효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군위안부는 보편적인 인권문제
제국주의 틀에 갇힌 증오보다
국가에 의한 폭력으로 인식해야  

 다큐영화 ‘그리고 싶은 것’이 지난달 30일 고양어울림극장에서 상영됐다. 이날 관객들은 특별히 감독 권효씨와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고양파주여성민우회 회원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 있는 고양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다.
권효 감독은 “‘그리고 싶은 것’이 한국영화 중에서 5위를 차지는데, 4위 더 테러라이브 관객 수와 비교하면 공룡 앞의 개미다. 그것도 2번 보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해 대화에 참여한 관객들의 웃음을 받아냈다.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은 작가 권윤덕씨가 그림책 ‘꽃할머니’를 제작하는 4년간의 과정을 담아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는 2005년 일본 그림책 작가 4명이 계획하고, 2년 후인 2007년 한중일 작가들이 모여서 ‘한중일 평화그림책 프로젝트’를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작가들은 가해자든 피해자든 전쟁의 상처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중국·일본의 그림책 작가 12명이 각자 생각하는 평화를 그림책으로 만들고, 세 나라에서 12권을 출판하자는 계획을 가졌다.

현재 그림책은 권윤덕(꽃할머니), 이억배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정승각(춘희는 아기란다), 김환영(강냉이), 하마다 게이코(평화란 어떤 걸까?), 다시마 세이조(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야오홍(경극이 사라진 날)이 출간됐다. 하지만 권윤덕씨의 ‘꽃할머니’는 일본에서 몇차례 출판시도를 했으나 무기한 보류됐다.

권윤덕씨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이 담긴 증언집을 읽고,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책을 쓰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이 책을 완성하는 4년여에 걸친 시간을 통해 처음에 그렸던 욱일 승천기와 벚꽃 그리고 기모노 그림들이 그녀의 책에서 점차 없어진다. 그녀가 바라보는 위안부문제의 처음과 끝이 달라지고 있음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는 것. 권효 감독은 “책이 완성되어 갈 때의 권윤덕씨 그림은 처음과 달리 아름다워졌다”고 한다. 권윤덕씨는 “내 책에 맹목적인 애국주의나 증오가 담겨 있다면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이 그 영향을 그대로 받을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에게는 증오의 역사가 아닌 평화의 역사를 물려주자”고 한다. ‘꽃할머니’를 통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아이들에게 평화를 물려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일본 작가들은 권 작가의 그림책을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로 테러를 걱정하며 위안부 문제를 개인의 아픔·슬픔·극복의 이야기로 드러내고 싶어 했다. 또한 우리나라 작가와 출판관계자들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육일승천기와 일장기를 그림에서 지워야 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위안부 문제를 분노에 찬 반일감정을 드높이는 형식으로 표현하기를 원했다. 그들 사이에서 작가 권윤덕씨는 다름 아닌 ‘보편적인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이정아 고양파주 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욱일승천기를 그림책에 표현한다면 우리의 분노를 쏟아낼 대상이 일본제국주의라고 쉽게 확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진정으로 위안부 문제를 우리들 안으로 가져오고 끝까지 함께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며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고 공감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작가를 비롯해 영화를 본 관객들 중 많은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 문제를 넘어 국가 권력에 의해 주도된 ‘성폭력’, 개인 간의 ‘성폭행’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자 했다. 권 감독은 “국군의 날 행사, 베트남전쟁 장면을 영화에 넣어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와 위안부문제를 연결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군위안부가 있었음을 밝혀 주목받고 있는 김귀옥 교수는 ‘한국전쟁 때 있었던 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불행한 자식’이라고 표현한다. 위안부 문제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성폭력이기도 했지만 평상시에 친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은 한 작가의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사건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과 가해자의 입장에서 ‘위안부’를 바라보는 차이는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평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위안부’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일본증오’를 등식으로 생각했던 방식에서 더 나아가, 보편적 인권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권윤덕 작가는 “일본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남성주의 문화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고 한다. 일본제국주의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웃, 친족에 의한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빈번한 이때, 작가는 “이들 피해자를 위해 그림책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통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아이들에게 평화를 물려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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