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예편 박대규 어르신, 인턴사원으로 또 다른 삶

“이 일이 저하고 맞나 봐요. 출근 시간이 되면 상쾌한 기분이 들지, 나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한양문고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대규(68세)어르신을 지난 17일 주엽동 한양문고 서점에서 만났다.
“일터가 책을 파는 곳이니 얼마나 건전해요. 깨끗하고요. 미력하나마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니 보람있습니다.” 7개월 째 근무하고 있는 박 어르신은 직장만족도가 높았다. 올 봄, 그는 고양시니어클럽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고양시니어클럽에서는 어르신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에 6개월 동안 월 최대 45만원을 지원하는 시니어인턴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에겐 지원금혜택을 주고 만 60세 이상 어르신에게는 일자리 기회를 주는 사업이다. 3개월 단기 근로계약으로 시작해 3번 계약 가능하고 이후에는 근무 평가결과에 따라 연장해서 채용될 수도 있다.
젊은 시절 어르신은 월남전에도 다녀온 직업군인이었다. 예편한 뒤 예비군 중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고 자동차회사 기획관리실에서 일한 때도 있었다. 중년에는 20년 넘는 세월동안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자식들 뒷바라지며 가장의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부동산 불황의 여파로 지난해 부동산 중개업을 접었다. 든든한 노후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막막했다. 국민연금, 월남참전수당, 기초노령연금이 나오지만 세 개를 합해야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 43만원에 불과했다. 일자리가 필요했다. 이곳의 한 달 급여는 평균 70만원 안팎으로 많은 보수는 아니어도 어르신에게 요긴해보였다.
박대규 어르신은 보수에 대해 “고정적이기만 한다면 큰 금액은 아니어도 생활에 도움이 된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당뇨가 있는 박 어르신은 무엇보다 당뇨관리가 되어 기쁘다고 했다. 당 관리가 무거운 숙제였는데 몸을 움직이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저절로 당 수치가 내려가더라는 것이다. 낮 12시부터 저녁 9시까지 근무시간이고 그중 1시간은 휴식시간이다. 어르신의 업무는 출판사별 책 분류, 청소, 책 도난 감시, 서점 내 화분 관리, 손님들에게 책 있는 곳 안내 등이다.
소소해보일 수 있는 일이지만 서점에선 필요한 일이다. 책 정리, 책 옮기는 일처럼 힘을 써야 하는 일도 하느냐는 질문에 “무거운 걸 들거나 힘든 일은 아예 시키지 않아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다만 어르신은 둘러보고 업무가 많은 직원이 있으면 그때그때 돕는다. 자식뻘인 직원들 사이에서 일하며 마찰이나 어려움은 없었을까.
짓궂은 질문에 “직장이란 곳이 다 그렇잖아요. 처음에는 불편하기도 했는데 내 성격에 맞추기보다 융화되게끔 자상하게 대하려 애썼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