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6월 일산신도시 개발로 일산대화동 가와지 마을에서 볍씨가 발굴되었다. 그리고 ‘고양600년’이 되는 올해 6월에 북한산 입구 지축동 끝자락에 있는 ㄴ산자락에서 홀로 자라난 벼 이삭 한포기가 꽃을 피웠다.
수술 후유증의 통증을 참아내며 며칠 전 벼이삭의 성장을 보기 위해 찾았다. 대견하게도 큰 소나무 밑 그늘 아래 마사토 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뎌내며 영글어 가고 있었다.
아마도 그 옛날 다람쥐가 감추어 둔 게 빗물에 씻어 내려왔을 수도 있고, 아니면 기러기가 날아가다가 떨어뜨렸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주변에 논은 보이지 않고, 멀리 있는 밭들만 있다. 산 중턱마다 대형 기암괴석 30여 개가 저마다의 다양한 표정으로 터를 잡고 있다.
또한 원효봉과 의상봉이 올려다 보이는 곳으로 그 옛날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담화를 나눔직한 신비스런 바위도 있다. 그리고 60년 만에 핀다는 조릿대꽃도 주변에서 진한 자줏빛깔로 꽃을 피웠다.
대부분의 논에 있는 벼들은 수확을 했지만 이곳은 아직 그늘이고 바람도 불고하여 덜 영글었다. 35cm 정도의 작은 키의 벼 이삭이 잘 영글어지면 전문기관에 품종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생각이다. 고양 600년이 되는 해, 한반도 벼농사가 고양 땅에서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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