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제목 월드마스터위원회로부터 세계명인 추대된 홍석현씨

옛문헌 연구결과 토대로
김유신·이순신 칼 재현
여러 스승 거쳐 명인 반열에
  

 

▲ 홍석현 환도장이 성석동 진밭마을 작업장에서 철을 달구고 있다. 그는 칼을 만들기 위해 쇠물을 붓는 날의 기운까지 계산하는 철저한 장인이다.

 

지난달 각 나라 각 분야의 명인들을 세계명인으로 추대하는 ‘2013 월드마스터위원회’에서 세계 명인으로 추대된 사람이 있다. 일산동구 성석동 진밭마을에 전통도검제작 작업장을 두고 있는 홍석현 환도장이 주인공이다. 하늘로 솟는 연기를 보고야 찾을 수 있었던 그의 작업장 안에는 각종 연장들과 쇠를 불리는 가마, 옷칠하는 곳, 작은 전시장 등 없는 게 없었다.

충청도가 고향인 홍석현씨는 서울로 상경한 1968년부터 1983년까지 나전칠기 공예의 길을 걸었다. 그 후 그의 장인솜씨를 눈여겨 본 지인의 소개로 도검제작의 길에 입문하게 됐다. 1983년부터 상계동에 있었던 대한도검(우리나라 최초의 도검제작소)에서 고 전용하 선생의 제자로 입문해 칼날 연마기술을 익혔던 그는 1985년부터 고 유적선 선생으로부터 ‘사인검(四寅劒)’ 등 환도의 상감기법을 전수받았다. 이후 1992년부터 1998년까지 7년간 고 임명길(당시로는 유일하게 생존했던 전통 환도제작기술 보유자) 선생을 직접 모시고 환도제작의 비기인 마조기능으로 칼날 숯돌 연마기능, 쇠불림 기능, 날붙이(접철, 단조)기능, 쇠를 강화하는 담금질, 풀림, 뜨임기능 등을 사사받았다.

홍석현씨는 여러 스승들께 전수받은 기능과 옛 문헌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예로부터 내려오던 도검과 출토·발굴된 도검들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삼국시대의 백제 무녕왕릉 출토 용문환두대도, 가야시대 단봉환두대도, 김유신 장군의 용봉문 환두대도를 만들었다. 또한 조선시대의 태조 어도(육군사관학교 박물관소장), 철종 어도(철종어진을 통해 복원, 작가소장)와 별운검과 운검(육군박물관소장), 이순신 장군도(하동군 지리산 삼성궁 소장), 곽재우 장군검(개인 수집가 소장), 사인검(국립중앙박물관소장, 고려대박물관소장), 칠성검(육군박물관소장), 각종예도 및  환도 등 조선시대의 여러 종류의 도검들도 재현했다.

홍씨는 2001년 제26회 전승공예대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후 2003년 제28회 전승공예대전에서 조선시대 ‘사인검’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검으로서 대통령상을 받은 명인은 그가 최초이고 아직까지도 유일하다.

 

▲ 각종 연장들과 쇠를 불리는 가마, 옺칠하는 곳 등 없는 게 없는 홍석현 환도장의 작업장.


대통령상을 받은 사인검은 호랑이해(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 등 인(寅)자가 4번 겹쳐질 때 쇳물을 부어 만드는 보검이다. 십이지 가운데 양기가 가장 왕성하다는 호랑이 인(寅)자가 네 번 겹쳐지는 때에 만들어진 사인검은 음(陰)하고 삿된 기운을 칼로 물리쳐서 국가의 위기를 물리친다는 벽사의 의지를 담고 있다.

강한 검을 만드는 데는 재료인 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는 고대 사철제련작업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공동으로 시도하여 대량의 강쇠를 추출했다. 이것은 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환도재료의 순수 국내생산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큰 성과였고, 이로써 전통환도의 재현을 완벽하게 이루어 내었다.

▲ 옷칠실에서 작업하고 있는 홍석현 환도장.


홍씨는 “전라도 만송리 해수욕장에서 모아온 사철과 황토와 조개(자개)가루를 섞어서 백탄을 넣은 용광로에 사흘을 녹여야 전통 도검을 만드는 ‘사철괴’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용광로에서 나온 녹은 사철덩어리를 얇은 조각으로 다시 만들고, 조각들을 켜켜이 쌓아올려서 다시 불에 달구어 두드리기를 반복하면 ‘칼을 자르는 강한 철’이 만들어진다.

그는 현대를 “풍성함이 사라진 세상”이라고 말하며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사람들과 어린 학생들의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옛날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옛 것을 알게 되면 어떤 것의 ‘시원’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그렇게 될 때 아이들의 호기심과 창조력이 싹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어느 연령층을 막론하고 도검에 대한 특강을 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고, 추출한 철로 사철괴를 만들고 그것을 불에 달궈서 칼을 만들고, 상감기법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넣고 가죽을 입혀서 칼집을 만드는 종합예술을 체험한다면 이 시대의 화두인 ‘창의력’은 절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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