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공유협동조합 초청으로 고양 찾은 황상민 교수

자녀문제·부부가치관 차이 등
행신동 ‘오쉬’에서 사례 상담
조그만 동네카페는 금세 사람들로 채워졌다. 지난 16일 저녁, 행신동에 있는 ‘오늘은 쉬어야지(줄여서 ‘오쉬’)’ 카페에 ‘앎의 공유 삶의 교류’를 표방하는 지혜공유협동조합(이사장 유정길)이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그동안 팟 캐스트 방송으로 진행되던 황상민 교수(연세대 심리학과)의 대국민상담소를 이곳에 열기로 한 것. 미리 주민들로부터 상담사례를 익명으로 접수받은 황 교수는 텍스트와 음성파일을 준비해 참석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해가며 해법을 찾았다. 상담사례는 자녀문제, 직장생활과 성격, 일중독 남편, 부부간의 가치관 차이, 부모의 이중성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상담을 마치고는 황 교수는 “사례의 절반 정도가 당사자인 나의 문제를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 남편, 부모처럼 남의 고민을 대신 상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자아와 대상이 분리되지 않는 심리상태’라는 것이다. 계속된 황 교수의 상담은 쉬운 언어로 상담내용 속에 감춰져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들춰냈다. 이날 나왔던 대표적인 상담사례는 이런 것이다.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고3아들
대학을 가야할 시기에 공부를 하지 않는 아들을 보고 속상해하는 엄마의 고민이다. 이들 사이에 대화는 필요치 않다. 적극적으로 아들이 말을 걸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어머니는 현재 이 아이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한다. 번듯한 대학에 가는 것이 우선인지,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을 지는 아이가 되는 것이 중요한 지. 아들이 대학갈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공부를 하고 본인 인생이라는 생각을 가져야하는데 무리해서 대학을 간다 해도 무능력한 인간을 끊임없이 돌봐야하는 상황이 된다. 아들에게 “네가 간절히 대학을 가고 싶다면 도와줄 수는 있지만 모든 걸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너를 도와주고 싶지만 나도 평균수명이 90은 될 텐데 나도 먹고 살 궁리는 해야 하지 않겠니?” 등의 이야기를 어렵지만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을 보냈을 때 내가 낸 돈만큼 가치가 있는지 파악해 봐야한다.
봉사활동을 못 마땅해 하는 남편
자신의 삶이 가치 있거나 즐거워야한다고 생각하는 의미부여형인 40대 아내는 자신이 돈을 벌었을 때 남편의 필요성이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좋아하는 일을 할 때와 아닐 때의 행동이 분명해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을 때 몸을 다칠 수 있다. 그러기 보다는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노후를 준비하는 쪽이 본인에게 낫다. 남편에게는 ‘나이 들어가면서 너무 돈에만 전전긍긍할 때 정이 떨어져요’라든가, “당신은 내가 돈을 벌어서 약값으로 날리기를 원해요? 그 약값대신 내가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길 원해요?”라고 먼저 질문을 던져야한다.
TIP 오만가지 강좌, 나도 강사다.
지혜공유협동조합은 전문 강좌 뿐 아니라 ‘오만가지 시민강좌’도 연다. 보통 한 장소에서 개최되는 많은 사람들이 듣는 강좌와는 달리 지역 내 여러 곳에서 조그맣게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내용도 거창하지 않고 소소하게 개인별 취향에 알맞다. 실뜨기, 초보여성운전자를 위한 차량관리, 명상, 요리 , 음악이야기, 술 인생이야기 등 오만가지다. 유정길이사장은 “경험, 지식, 정보 등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면 누구든 강의를 할 수 있습니다. 5명만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되고 교육공간도 제한이 없어 어디서든 가능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