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은 치료해야 할 뇌질환

‘올핸 꼭 줄여야지!’

새해 다짐으로 빠지지 않는 절주(節酒) 혹은 금주(禁酒).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한두 번쯤 해본 취중 실수 때문에 결심을 하는 이들도 많다. 자신은 술을 적당히 즐긴다고 여겨도 술로 인해 불쾌한 일이 반복된다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유나무정신건강의학과 이준석 원장은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란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고 염려했다.

‘마음만 먹으면 술은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든지 ‘술에 취해 실수한 거지 그렇지 않으면 멀쩡하다’는 식으로 술 문화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 때문에 환자 상당수는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란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30대 남성이 자신에게 알코올 중독 치료를 권한 데 격분해 담당의사의 차를 부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원장은 “알코올 중독의 원인 중 70%는 체질적, 생물학적 문제”라며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려면 ‘술을 끊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 못잖게 그것이 질병이라고 인지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술을 몇 병 마시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알코올 중독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증상은 갈망, 통제력 상실, 내성, 금단이다. 갈망이란 퇴근을 앞두고 술자리를 만드는 것과 같은 습관이다. 술자리 생각에 당연히 업무 집중력이 떨어진다. 한 잔의 술이 장취(늘 술에 취함)를 부르는 현상을 통제력 상실이라고 한다. 흔히 ‘술에 절어 산다’는 게 이에 해당한다. 내성은 술기운을 느끼기 위해 자꾸 음주량이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술기운이 떨어졌을 때 불안·초조·떨림이 나타나거나 환상·환시 등의 정신병적 증상까지 보이는 것이 금단이다. 뇌가 술에 완전히 절어있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증상은 알코올이 뇌에 병적인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처럼 뇌에 생긴 병적인 변화가 바로 알코올 중독이다.

이 원장은 “흡연이 폐암의 주범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반면,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간경화나 간암 환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홍보가 부족한 편”이라며 “알코올 중독을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 문제가 아닌 질병으로 여겨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사회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타 뇌질환처럼 알코올 중독에 대한 다양한 치료제와 치료법이 개발돼 있다. 약물 치료뿐 아니라 교육, 단주모임 참여 등도 주요 치료법이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은 단기간에 완치되기보다는 알레르기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다.

이 원장은 “가능한 한 술자리를 피하고 꼭 가야 할 술자리라면 식사를 충분히 한 후 참석할 것”을 권했다.
자신에게 적합한 음주 한계량을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술 마신 양과 술값으로 지불한 비용을 적은 주계부를 기록하다 보면 음주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적정한 음주량은 성인의 경우 1주일에 소주 2병 정도다.

이준석 원장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 (재)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장 역임. 국내 최초로 필름끊김·폭음 외래 치료 클리닉 개설 운영. 여성 알코올센터 개설 운영. 현재 치유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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