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보호센터 하나로는 부족... 치매진단 받는데도 백만원 넘어
“치매환자를 둔 가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힘들지만 환자를 모시느라 경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게…”
5년째 치매노모(79세)를 모시고 있는 이영숙씨(49세). 집밖에만 나가면 길을 잃어버렸던 어머니 탓에 가족들은 행여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였다. 노인정에 나가도 치매증세 때문에 같은 노인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기 일쑤였다고. 하지만 월 150만원이 드는 요양병원에 보내기에는 집안형편상 너무 힘들었다. 이영숙씨는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주간보호센터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집에서 모신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다”며 “등급제 개선이나 국가차원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지난 6일 치매를 앓는 부모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댄스그룹 ‘슈퍼주니어’의 이특(본명 박정수·31세)씨 아버지 박모(57세)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치매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치매의 비극은 고양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몇 개월 전인 작년 추석연휴에는 중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치매아버지(92세)를 모시던 최모(56세)씨가 중학생 딸을 남겨둔 채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씨는 ‘생활고로 힘들어 죽음을 택한다’는 유서를 남겨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환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2008~2012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7.4% 증가하는 동안, 노인 치매환자는 42만1000명에서 53만4000명으로 26.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에는 치매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양시 경우 작년 말 기준으로 60세 이상 인구수가 13만3587명인 가운데 약 1만2000명이 치매환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전체 노인인구의 9.1%. 보건소 통계기준).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르면 치매 환자를 요양시설에 맡기는 경우 전체 비용의 20%에 달하는 비용을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이 금액이 한 달 50~60만원에 달한다. 이마저도 치매 인정자에만 적용되며 건강보험공단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4급 이상의 환자들은 가족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지게 된다. 사례인터뷰를 진행한 이영숙씨의 경우 치매로 인해 노모의 인지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임에도 걸어다닐 수 있다는 이유로 치매인정이 안돼 문제가 된 바 있다.
치매검사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고양시 보건소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 13만여명 가운데 작년 한해 보건소의 치매조기검진을 받은 인원은 고작 1만684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요양보험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대부분 전문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최소한 100~2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차상위 계층, 독거노인들에게는 치매진단을 받는 과정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시설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고양시에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정한 150개의 요양기관이 있지만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치매전문시설은 고양시치매노인주간보호센터 한곳뿐이다. 김택주 치매주간보호센터 과장은 “치매는 이제 가족이나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정책으로 다뤄야 하는 문제”라며 “시설확충이 절실하지만 시에서도 예산문제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왕성옥 시의원은 “아직까지 지자체 차원의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이나 치매진단 과정에서 전문병원과 보건소와의 시스템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환자나 가족들의 고충을 덜기 위해 현재 덕양구에만 있는 치매주간보호센터를 더 늘리는 한편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의무적으로 치매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