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핸드 청소년 봉사동아리, 자원봉사센터 ‘라온하제’ 지원, 10개 학교·10개 경로당 짝궁, 구슬·종이접기·공예수업 등, 노래·어깨 주무르며 정나눠

“접시를 받고 연필을 나눠드린 다음, 그리고 싶으신 것을 그리면 된다고 설명을 드렸다. 나와 짝궁이신 김 엘리사벳 할머니는 뭘 그려야하는지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이셨다. 밑그림을 다 그린 할머니께서 갑자기 말문을 여셨다. ‘열 살인 손녀딸이 나한테 맨날 그림도 못 그리냐며 핀잔을 주어. 오늘 이 접시에 제대로 그림 그려가서 나도 그릴 줄 안다고 자랑할거야.’ 미술 수업을 처음 해보신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흘러 고개를 돌려버렸다.”(세원고 강유진)
“나는 배금순 할머니와 한조였다. 우리는 화분 하나에 흙을 넣고, 꽃을 심었다. 작은 이름표에는 나와 할머니의 이름을 같이 넣었다. 다 만들고 이름표가 붙은 화분을 보는데 마음이 이상해졌다.”(지도중 강동훈)
“할머니들과 꽃노래를 부르며 그 노래에 맞춰 ‘잼잼’과 ‘곤지곤지’를 하고, 손바닥지압체조도 했다. 솔직히 나는 유치한데 할머니들은 좋아하신다. 화분을 심으며 할머니가 구박을 하셨다. 오늘은 할머니들보다 우리들이 더 적게 와서 이곳저곳 불려다니며 심부름을 했다.” (한수중 유수지)
2010년 연말 (사)한국청소년문화연대 조인핸드 청소년기획단에서는 ‘겨울나기’를 고민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각종 공연 프로그램으로 바쁘게 보내는 청소년들이지만 겨울엔 행사나 공연이 거의 없다. 심심해하는 청소년들과 박상돈 조인핸드 대표는 겨울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머리를 맞대니 아이디어가 나왔다. 인근 성사고등학교와 성사동 경로당이 연계해 월 1~2회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먼저 학생과 부모들이 비즈공예, 도자기, 종이접기, 수세미 만들기 등을 배워요. 그리고 월 한번 날짜를 정해 경로당에 가서 어르신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학생들이 도움을 드리는 거죠. 만들어진 화분이나 작품을 어르신들이 가져가시게 하는데 다들 너무 좋아하시더군요.” 박상돈 대표의 설명이다.
2010년 겨울 프로그램에 대해 경로당, 학교 모두에서 ‘계속 하자’고 했다. 2011년에는 박상돈 대표가 몇 개 학교의 동의를 얻고 학부모들이 조금씩 돈을 걷어 1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8개 학교 8개 경로당이 첫해에 참여했다.
| 참여 학교와 경로당 | |
| 학교 | 경로당 |
| 백양고 | 햇빛 봉사단햇빛마을 18단지 경로당 |
| 서정고 | 효 봉사단서정마을 4단지 경로당 |
| 세원고 | 봉사단풍동 8단지 경로당 |
| 안곡고 | 효사랑봉사단하늘마을 4단지 경로당 |
| 안곡중 | 사랑나눔봉사단산들마을 2단지 경로당 |
| 저동고 | 봉사단밤가시 7단지 경로당 |
| 지도중 | 지도사랑봉사단옥빛마을 16마을 경로당 |
| 한수중 | 마중물봉사단문촌마을 7단지 경로당 |
| 화수고 | 봉사단달빛마을 2단지 라이프 경로당 |
| 화정고 | SAL봉사단은빛마을 6단지 경로당 |
조인핸드의 봉사동아리가 소문이 나면서 고양자원봉사센터에서 도움을 청해왔다. 2012년 ‘고마워’ 프로젝트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봉사 동아리 이름도 ‘나눔사랑 나눔행복’이라 짓고 학교별로 학생을 모집했다. 학교별로 20~30명의 학생, 경로당 별로 30여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해 한해 400여명 규모의 사업이 됐다. 2013년에는 고양자원봉사센터의 ‘라온하제’프로그램으로 10개 학교, 10개 경로당으로 확대됐다.
라온하제는 ‘즐거운 내일’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로 봉사활동을 통해 즐거운 내일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활동이라는 의미라고. 박상돈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은 경로정신을 배우고, 어르신들은 사회적 소외에서 벗어나 즐거움과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며 “조인핸드가 밑걸음이 됐지만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고양시 전역에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로당이 고스톱치고, 술이나 드시는 분위기입니다. 담배연기 자욱하니 그런 것 싫어하는 어르신들은 오시지 않고. 핵가족화가 되면서 청소년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 ‘냄새나는 노인네’ 취급을 하기도 합니다. 조인핸드의 봉사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변화되고,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문화프로그램을 접하며 경로당이 바뀌고 있습니다.” 고양자원봉사센터 윤용석 센터장의 설명이다.
실제 풍동8단지 경로당에서 작년 한해 봉사활동을 펼쳤던 세원고 강유진 학생은 “끝날 때 수고했다며 할머니가 꼬깃한 5000원 짜리를 용돈하라고 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지금까지 집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며 “다음에 봉사할 기회가 있으면 받은 사랑 다시 돌려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적었다.
고양시 전역에서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학교별로도 봉사동아리가 만들어지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정고등학교 ‘효봉사단’, 안곡고 ‘효사랑 봉사단’, ‘백양고 ’햇빛봉사단‘ 등은 다양한 활동으로 교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봉사가 거듭되면서 청소년들의 변화되는 모습에 학부모들도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처음 봉사를 할때는 그냥 대학가기 위한 점수 따자는 생각에서 갔다. 그런데 할머니와 함께 그릇을 만들며 생각이 달라졌다. 나와 짝이 된 할머니는 북한에서 오셨다고 하셨다. 첫날 그릇에 그림을 넣는데 나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땡땡이 무늬를 그렸다. 할머니는 ‘남북한 통일’이라 쓰시고는 태극기를 그리셨다. 할머니가 갑자기 날 보시더니 ‘너 만한 손녀가 있다’며 눈물을 흘리시는 거였다. 자세한 사연을 듣지는 못했지만 가슴 한켠이 이상했다.”
안곡고 김지영 학생은 봉사를 통해 변화되는 스스로를 놀라워했다.
마을에서 공동체를 배우고, 다시 마을을 만들어가는 미래세대. 조인핸드의 자원봉사 동아리 학생들의 변화에 지역도 놀라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