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이정아 신임대표

▲ 지난 8일 106주년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이정아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신임대표를 만나봤다. 올해 초 대표로 취임한 이정아 대표는 최근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도 맡는 등 지역시민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5년간 사무국장 맡다가 올해부터 대표
“고양시 여성 접근할 만한 일자리 없다
여성일터 노동인권 개선시키는 운동 계획
공동체 통한 위로와 연대 필요”

고양시는 여성들의 정치·사회참여가 유독 활발한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15년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여성시민단체 고양파주여성민우회의 활동은 단연 발군이다. 97년부터 지역정책에 여성의제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여성정치참여에도 앞장선 결과 고양시를 전국 최다 여성정치인 배출 지역으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정치참여 뿐만 아니라 지역아동센터, 성폭력상담소 운영 등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대표로 나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올해로 7년째 민우회에서 상근활동을 해왔으며 5년 전부터는 사무국장을 맡아 전임 김민문정대표와 함께 활동했었다. 그러던 중 전 대표가 중앙으로 올라가게 되면서 주변의 추천을 받아 대표직을 맡게 됐다. 사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거절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집행부와 함께 해왔던 사업을 마무리 짓고 싶어서 대표직을 수락하게 됐다.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여성문제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백화점식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방점을 찍고 싶은 부분은 바로 여성일자리문제다. 그간 여성운동은 여성의제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회원 개개인의 고민을 다루는 데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외부적으로는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백화점, 마트 등의 노동환경을 모니터링하고 대안을 모색할 생각이며 내부적으로는 일공동체를 통해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고민하고 있다.

고양파주여성민우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15년전 고양민우회에서 출발해 2011년부터 고양파주여성민우회로 조직을 확장했다. 파주에 부설기구로서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하담’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양에는 성폭력상담소와 돌봄의 사회화 차원에서 지역아동센터인 꿈틀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지원들의 근간을 이룰 수 있는 제도를 지역에서 만드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 ▲여성정책조례 적극적 개선활동 ▲식당여성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및 토론회 ▲고양시 보육커뮤니티공간 설치제안 등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활동을 매년 민우회의 주요 정책사업들로 제안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성평등 사회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민우회는 고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단체로 알고 있다. 그 비결은?
지역여성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방점을 찍었던 부분이 바로 여성정치 세력화였다. 고양시에 여성정치인이 많이 탄생한 이유도 이러한 점이 크게 작동했다고 본다. 아무리 머리띠를 두르고 목소리를 높여도 법제도화가 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끊임없이 여성의제를 이슈화 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한 신도시 입주로 인해 30~40대 고학력 젊은 여성들이 늘어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새로 이주하게 된 여성들이 민우회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게 됐고 또 다양한 소모임(책, 영화, 성폭력 스터디 등)을 하면서 친분을 형성해 나갔다.

고양시만의 여성문제를 꼽자면
여성들이 접근할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개개인의 시민의식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담을 그릇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과천, 마포 같은 사례처럼 지역 특성에 맞는 공동체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동체를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공동체를 통한 서로간의 연대와 위로가 절실하다. 제가 앞에서 말한 일자리는 나이계층에 상관없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함께 살아가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나는 대표를 맡으면서 그간 이야기했던 거대담론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했다.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의 끝자락에 접어들면서 이제 혼자서는 살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마포 성미산마을의 경우 적은 수입으로도 사람들이 연대와 위로를 나누면서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고양시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마을 만들기, 공동체 조직사업을 예전부터 해왔다. 처음에는 많이 모이지 않았다. 왜 이렇게 안올까 원인을 분석해 보니 오고 싶어도 못오는 이유들이 있었다. 첫째가 불안이었다. 내가 여기서 이런 활동을 하면 먹고 살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별 문제없이 할 수 있을까? 이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자기점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들 본인문제들로 인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이런 부분을 무시한 채 활동을 한다면 과연 진정성이 제대로 발휘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양시에는 언제 이사왔나. 여성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인천에 살다가 이사온 지는 12년째다. 원래 생협운동을 했었다. 당시 ‘샘이깊은물’이라는 잡지를 통해 홍성, 원주 등에서 진행되는 생협운동에 관한 내용을 보고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던 어느날 밖을 내다봤더니 생협마크가 붙어 있는 차량이 보이길래 찾아가 전단지를 받아들고 인천생협이라는 곳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고양시에 온 뒤에도 처음에는 민우회 내에서 생협 활동을 하다가 이후 사무국장을 맡게 됐다. 이같은 경력때문에 저의 경우 ‘여성의제’보다는 ‘여성연대’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역여성운동이 참 쉽지 않다. 의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어렵지만 실현하는 과정 또한 많은 제약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부담감도 있지만 대표를 맡은 이상 좀 더 주변 사람들을 믿고 가볍게 가보고 싶다. 무엇보다 ‘위로와 연대’가 중요하다. 상처받은 여성들이 민우회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같이 즐겁게 늙어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난선거 당시 만들어놓은 여성의제와 경기여성단체워크샵에서 나온 내용을 추가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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