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이 즐거워지는 예술과 일상의 만남

허기와 감성 채워주는 음식점
풍동 애니골에 있는 화덕구이전문점 ‘산에산’의 매장 면적은 826㎡(250평). 여느 고깃집이라면 270~280석이 들어설 만한 공간이지만 이곳은 200석에 불과하다. 산에산의 박성한 대표는 손님 테이블을 줄이면서 생긴 여유 공간에 갤러리를 만들었다. 매장의 앞뒤 입구 각각의 벽면과 복도 양쪽 벽면에 그림을 걸었다. 뒤쪽 출입문에서 중앙홀로 이어지는 공간은 아예 비워뒀다. 손님들이 서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산에산 자리는 애니골의 진원지인 화사랑의 터. 1980~90년대 청춘 문화의 한 축이었던 애니골 문화를 다시 한 번 추억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박 대표의 바람이 담긴 갤러리다.
화덕구이와 그림이라는 낯선 조합에 처음엔 작가 섭외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화랑 못잖은 시설과 주인장의 남다른 철학에 공감한 지역 작가들이 이젠 선뜻 작품을 내놓고 있다. 주로 고양미술협회 회원들 작품 위주로 전시하고 있으며 구상, 비구상, 설치 작품 등 장르 제한은 없다. 5월 중순까지 이희상, 예숙, 황인자의 ‘모색전’을 진행 중.
복합문화공간 ‘플랜테이션’(덕양구 신원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자운제’에 가면 중견 서양화가 임근우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상형 동물 머리 위에 자라는 연분홍 꽃나무가 이색적인 작품 30여 점을 1, 2층에서 전시한다. 하얀 벽, 높은 천장,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수목원 녹음과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다.
플랜테이션은 최근 봄맞이 새단장을 하면서 갤러리 공간에 공을 들였다. 교육자였던 설립자 고 이제민 전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뜻을 이어 이곳을 내실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전시 기획은 고양시마을기업인 ‘갤러리 울’이 맡았다. 레스토랑에 딸린 갤러리라는 편견을 없애고 전문 갤러리로 자리잡기 위해서다. 개관전인 임근우 개인전은 6월 1일까지. 이후에도 수목원인 플랜테이션 특성에 어울리는 전시를 기획할 예정이다.

예술 강좌의 문턱 낮춘 카페
요즘 카페는 차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문화예술 강좌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쿠마씨’(일산서구 대화동)는 20년 경력의 사진작가 최금화씨가 운영하는 카페다. 커피만 마시고 훌쩍 떠나는 장소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열었다. 카페 곳곳에는 다양한 기종의 카메라가 놓여 있고, 사진집, 사진 관련 서적이 비치돼 있다. 벽면엔 최 씨의 작품과 이곳 수강생들의 사진작품이 걸려 있다. 최 씨가 상주하기 때문에 사진과 관련한 궁금증이 생기면 언제든 찾아가 해결할 수 있다. 사진 일반강좌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수강 인원은 10명 이내, 수강료는 커피값을 포함해 18만원이다. 일반강좌 수료생을 대상으로 월 1회 심화반도 운영한다. 강좌 실속과 커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는 게 최 씨의 귀띔이다.
‘도란도란’(일산서구 대화동)은 자매가 운영하는 손뜨개 인형 공방 카페다. 인형을 만드는 언니와 커피를 내리는 동생이 의기투합해 1년 전 문을 열었다. 인형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만원 안팎. 옷을 만드는 뜨개실보다 가격 부담이 적다. 강사인 박경애씨가 늘 카페에 있기 때문에 주중 2~3회 언제든 들러 뜨개질을 하면 된다. 문화센터 등의 강의실보다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인데다 1대 1 수업이 가능해 수강생들의 호응이 높다. 수강료는 5만원(작품 3개, 재료비 별도)이다.

